“파브리병은 당뇨병과 같아, 급여 기준만 다를 뿐”

효소대체요법으로 질병 진행 없이 정상 생활 가능 합병증 발병 후에야 급여 인정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진단도 늦어

2021-04-21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4월 파브리의 날을 맞아 파브리병의 진단과 치료에 존재하고 있는 사각지대를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노피-젠자임(대표 박희경)은 21일, 파브리의 날 및 파브라자임(성분명 아갈시다제 베타) 출시 20년을 기념해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를 초청, 파브리병의 최신 지견 및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는 온라인 미디어클래스를 개최했다.

 

◇유전질환이지만 치료 가능한 파브리명, 당뇨병과 비슷한 부분 많아
이 자리에서 홍 교수는 유전질환이라는 이유로 불치병처럼 여겨지는 파브리병에 대해 “몹쓸병이 아니다”라며 “당뇨병과 같은 질환”이라고 역설했다.

질병의 진행 과정은 물론, 적절한 치료제로 충분하게 조절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파브리병과 당뇨병에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 홍그루 교수는 유전질환이라는 이유로 불치병처럼 여겨지는 파브리병에 대해 “몹쓸병이 아니다”라며 “당뇨병과 같은 질환”이라고 역설했다.

파브리병은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α-갈락토시드가수분해효소 A의 활성도가 떨어져 체내 지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신체 장기에 축적되는 질환이다.

당뇨병이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거나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당뇨병이 영유아기부터 나타나는 제1형 당뇨병과 성인이 되어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으로 구분되는 것도 파브리병과 비슷하다.

파브리병 역시 α-갈락토시드가수분해효소 A 활성도가 거의 없는 경우 어려서부터 합병증이 발생하지만, 활성도는 낮지만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경우에는 당지질이 서서히 쌓이면서 성인이 되어 심근비대,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결국에는 파브리병 자체가 아니라 심부전이나 신부전, 뇌졸중 등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것 역시 당뇨병과 같다.

심지어 치료 과정 역시 두 질병간에 비슷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당뇨병이 부족한 인슐린의 기능을 인슐린을 보충하거나 분비를 도와주는 당뇨병 치료제를 통해 관리하듯, 파브리병 역시 부족한 효소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을 통해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


◇파브리병은 합병증 발생해야 치료제에 급여 적용 
그러나 홍 교수는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있어서는 둘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당뇨병은 합병증 예방을 위해 진단과 동시에 치료제에 대한 급여를 인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파브리병은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야 치료제에 대한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특히 홍 교수는 “파브리병은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임에도 심장벽이 일정 수준 이상 두꺼워지거나 신장이 일정 수준 이상 망가지는 등 각 장기별로 급여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보니, 여러 장기에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각 장기의 위험성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치료제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파브리병으로 진단받은 환자 약 200명 가운데 효소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환자는 약 150~160명 정도로, 40~50명의 환자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지적이다.

이애 홍 교수는 “주요 장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장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급여 적용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장기 이상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나빠진 후에야 쑬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피브리병에 대한 인식 개선 절실
홍 교수는 파브리병이 1898년에 처음 보고됐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료진조차 잘 알지 못하는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심근비대, 단백뇨 등 주요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파브리병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진단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

이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비후성심근증/파브리병 클리닉을 개설, 다학제진료를 통해 파브리병을 찾아내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파브리병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환자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유전성질환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파브리병을 불치의 병으로 여겨 치료나 진단을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파브리병이 X염색체와 관련된 질환이다 보니 파브리병을 진단 받은 환자의 가계에 평균 5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전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부담으로 진단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홍 교수는 “20년 전 파브라자임이라는 혁신적인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 파브리병은 당뇨병처럼 치료 가능한 병이 됐다”면서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다른 병처럼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고 역설했다.

오히려 “지금 현재 증상이 없더라도 계속 진행해 40~50대가 되면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