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정체성 찾기에 최선 다하겠다”
대한의사협회장 주수호 후보 인터뷰
2006-02-13 의약뉴스
3년 임기의 의협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주수호 원장(주수호외과의원)은 훼손된 의사들의 정체성 찾기를 이번 의협 회장 선거의 최대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주 원장은 정부가 시행 중인 요양기관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단체계약제를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현재 주 원장은 지난 6일 역삼동에 선거캠프를 마련하고, 13일 후보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 원장을 만나 향후 선거 전략과 계획, 생각 등에 대해 들어 봤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번 출마자 가운데 가장 젊은 후보다운 패기와 원칙, 소신 등을 보여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의협선거 출마와 관련, 주요 전략과 공약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특별히 이번 선거를 위해 공약을 기획하거나 만든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주장해왔던 내용들을 모았을 뿐이다. 우선 의협 회장이 된다면, ‘의사·의료·의학의 정체성 찾기’에 주력해, 전문적인 판단에 따른 진료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 이렇게 해야만 제대로 된 진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의료행위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소홀히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정체성 찾기 노력은 국민의 건강과 의사들의 정체성에 대한 자리매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한 몇몇 의사들의 부도덕한 행위 등에 대해서도 자율자정운동을 통해 이를 개선시켜 나가겠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의료행위는 반드시 학문적 차원에서 검증된 것이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 소신이다. 따라서 한방이나 약사 등 입증되지 않은 사이비 의료행위는 절대로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의사들도 근거 있는, 설득 가능한 의료행위가 행해질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의 자율자정운동은 다른 후보들도 대부분 주장하는 내용이지만, 현실적으로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국내 의료관련 제도는 전문가의 정체성 훼손차원을 넘어, 이를 발휘할 수 없는 제도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비난받을 대상은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정부와 그 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도적 맹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행해지고 있는 의사들의 일부 편법진료에 대한 비난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의사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의사들의 매우 부도덕한 행위 또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주 원장은 회원의 단결이 선행돼야 모든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회원들의 단결을 위한 복안은 있나. 또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갖고 있나.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회원들의 단결을 이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근본적으로 현 지도부가 회원들에게 적절한 모티브와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99년 11월 30일 장충체육관 집회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회원이 참여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는 수만명의 회원이 모여, 서울시 회원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단결력은 의약분업을 깰 수 있다는 희망과 공동의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적인 자율성 확보를 통한 ‘의사의 정체성을 찾자’는 방향성에는 많은 회원들이 동의할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토대로 회원들의 동의하고 따라올 수 있는 로드맵과 시나리오를 제시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로드맵 중 하나가 바로 정부가 시행 중인 요양기관당연지정제를 철폐하고 단체계약제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요양기관단연지정제는 정부가 의사를 세력권에 두고 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내포된 제도다. 반드시 이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다. 그 대안으로 수가를 포함, 의료에 관한 여러 가지 사안 등을 동시에 논의할 수 있는 단체계약제를 관철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 이렇게 될 때야 만이 비로소 의사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다. 또 다른 구체적인 로드맵과 시나리오는 선거가 좀 더 진행된 이후인 2월말 또는 3월초 구체적으로 밝히겠다.
▲역삼동에 선거캠프를 마련했는데.
-설연휴 때까지만 진료를 하고, 선거자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래는 개포동에 있는 병원을 선거사무실로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선거운동의 효율성을 위해, 도와주시는 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곳 양재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선거를 위해 도와주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되나.
-현재 6~7명의 회원들이 당선을 위해 자기들 일처럼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제 원칙과 소신을 인정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분들이다. 또 추진력을 갖춘 분들로, 이번 캠프 마련도 이들의 도움으로 계획 3일 만에 입주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장동익 각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이 지난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주 원장을 이번 선거의 최대 라이벌로 꼽았다.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이번 선거에서 최대 라이벌은 누구이고, 당선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의 최대 라이벌은 투표율이라고 생각한다. 투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당선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투표율이 낮아지면 고정지지표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당선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투표율이 30%대 이하가 되더라도 이에 대한 복안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만큼, 당선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5%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2003년 전공의들의 투표 참여가 저조했던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단위병원조직이 활성화돼 투표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총 투표권을 가진 회원 3만6,000표 중 2만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할 것을 감안할 때 최소 당선권은 6,000표 정도, 당선 안정권은 8,000표 정도가 될 것이다.
▲이는 주 원장이 개원의나 봉직의보다, 상대적으로 전공의들에게 지지도가 높다는 항간의 평가에 대한 해석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개인적으로 전공의들에게 특히 지지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관된 원칙과 소신이 젊은층에 좀 더 발전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연세대학교 의대 출신 후보가 3명이나 돼 동창회 차원에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한다는 말이 있다.
-앞서도 계속 밝혔듯 후보단일화는 동창회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창회는 정확한 정보를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모 후보의 경우 투쟁보다는 협상과 로비, 성공한 CEO, 구세력에 자유로운 사람이 의협회장에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 원장이 보는 의협 회장은 조건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투쟁은 지양(止揚)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투쟁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우선적으로 협상과 로비 등을 통해 우리의 의견이 관철되도록 해야겠지만, 만약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면 투쟁을 통해서라도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전(前前) 지도부에서 홍보이사를 통해 언론과의 우호적 관계 능력과 협상·로비력을 이미 검증받았다고 생각한다. 또 이와 관련, 의협을 정치세력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협을 ‘합리적인 보수세력’으로 규정한다면 비록 대선 등에서 당선가능성이 적은 후보라도 원칙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확실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구세력과 관련해서는, 현 집행부에 소속돼 있던 분들은 같은 집행부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갖고, ‘자숙’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일부 동의한다.
▲주 원장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아직 상대적으로 적은 나이 때문에 좀 더 경험을 쌓고, 차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으로 58년 개띠인 만큼, 사회적으로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의협을 이끌어 가신 분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젊은 것 뿐이다. 현재 상황은 위기상황이다. 따라서 본인처럼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회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른 분을 밀어주는 역할 등으로 참여해도 가능할 것 같은데.
-협회 회장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른 분들과 원칙과 지향하는 장기적 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분의 선거본부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원칙과 소신이 옳다고 믿어왔다. 선거운동은 이러한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개인적 원칙과 소신이 의료계의 목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이번 선거를 통해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