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형 교수 “이미 우수한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 의사증원 근거 부족”

의료윤리회연구회 월례발표회 강연...국민의료 이외 목적 추진 가능성 지적

2021-02-03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지난해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 공공의료 관련 정책들에 대해 ‘이미 우리나라는 우수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구축했으며, 의사증원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박윤형 교수.

순천향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윤형 교수는 지난 1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발표회에서 ‘공공보건의료와 공공의대’란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먼저 지난 2018년 10월 발표된 공공보건의료 종합발전대책에 나온 현재 상황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공공보건의료 종합발전대책에선 공공의료기관의 기관수는 전체 의료기관의 5.4%이고, 병상 수는 전체의 10.3%, 의료자원의 수도권 및 대도시 집중으로 건강격차가 벌어지는 등 민간위주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으로 필수의료서비스에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중보건의사는 사명감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공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민간위주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과 수도권 집중이 필수의료 공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중보건의사가 공공의료인력인 것은 인정하지만 공공보건의료인력의 범주에는 포함하기 어렵다는 표현인 것인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7년 4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같은 해 5월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우리나라는 2030년 의사 7600명, 간호사 15만 8554명, 약사 1만 742명이 부족하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예측 연구는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 수급 예측 연구는 모두 검증이 없는 연구로 논문 발표를 못 하는 낮은 수준의 연구결과”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박 교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인구대비 의사 수의 증가율, 국토면적 대비 높은 의사밀도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의사인력 공급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노령화 등 국민 1인당 연간 진료건수의 지속적인 증가, OECD 국가 대비 의대 졸업자 수의 격차 등을 감안할 경우,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의사가 부족하다는 인식은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일까? 박 교수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으로 공중보건의사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농어촌 병원에 배치되는 공중보건 전문의가 급감했다”며 “2026년에는 2010년 수준으로 회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추계와 결과에 대한 정당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가 적정한지, 부족한지에 대한 합리적 조사가 필요하고, 미래 추계에 대한 검증,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의 합의, 의사증가ㆍ진료의 질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 문제 등에 대해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의료에 대한 정부의 기본 이념과 정책을 살펴보면 공중보건은 보건소 망을 통해 국가가 담당하고 병원은 민간 자본을 사회적 자본인 비영리법인으로 전환, 정부에서 일부 지원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필요한 경우 공공병원으로 활용하는 기본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학교법인, 의료법인이 병원의 주류이고, 도립병원을 지방공기업으로 변경하면서 비영리법인 병원으로, 현재 지방의료원도 비영리법인 형태”라며 “국립의료원, 서울대 병원도 비영리 공공법인으로 전환하고, 공단병원, 서울시립 보라매 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 전문병원, 심뇌혈관질환센터, 지역 암센터, 치매센터, 희귀질환지원센터, 중독관리지원센터, 응급의료센터, 소아응급실, 분만취약지 산부인과 지원 등 정부에서 공공의료를 비영리병원에 지원 위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비영리법인(사학법인, 의료법인) 병원을 공공의료 성격의 안전망인 사회적 공공병원으로 구축하고, 자율과 경쟁이 우리나라 의료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빠른 기간 내 선진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병상공급이 충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병원(병상)을 추가로 소유(공공병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비영리병원이 함께  공공의료 거버넌스를 구축해 사회적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박 교수는 공공의대설립 운영방안에 대한 대안으로 ‘전문의사 공무원 양성기관으로 설립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국립 결핵병원ㆍ한센병원ㆍ재활병원 등에 전문인력이 없고, 역학조사관ㆍ국립 감염병 연구소ㆍ국립보건원ㆍ식품의약품안전처ㆍWHO 등 국제기관 등에 근무할 전문의사가 부족하다”며 “세계적으로도 결핵, HIV/AIDS, 말라리아가 유행이나 전문인력이 매우 모자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6년제 의과대학으로 하고 졸업과 동시에 의무사무관으로 임용하고 전문가로 양성, 국내 및 국제적인 전문가로 양성하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공공의료정책의 전망에 대해 “국립의대 설립은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정원 협의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동의 등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며 “정책은 추진세력이 중요한데, 복지부ㆍ남원시ㆍ전라북도 등이 이해관계 조정 등 논의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남원시는 대학병원을 요청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코로나19 상황이나 앞으로 정치일정을 볼 때 다시 정책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다수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많은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앞으로의 의ㆍ정협의에서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박윤형 교수는 “우리나라는 우수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한 상태”라며 “시ㆍ군ㆍ구 보건소, 읍ㆍ면 보건지소 등 전국 공중보건, 공공의료 네트워크, 전염병 등 관리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보건소 의사 600명 이상, 공중보건의사 1500명 이상이 공공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인사관리와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이 미흡하기 때문에, 앞으로 공공의료관리사업단 등 전국적으로 훈련하고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공보의의 전향적 활용을 위해 보건지소에 은퇴 의사를 활용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많은 의료기관이 비영리법인으로 사회적 공공의료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 정부가 지원하고 비영리법인이 운영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병상이 과잉인 상태에서 공공병원을 별도로 확충하는 건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민의 70%가 1회 이상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1인당 평균 16회를 이용, 전문의 진료가 가능한 제도로 세계적으로 우수한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전국민이 필요할 때 바로 의사를 만날 수 있고, 만족도도 높아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신호가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의사증원은 근거가 부족하고 국민의료 이외의 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근거에 기반한 자료를 이용하고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