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급여 공개ㆍ설명 의무화 반대 서명운동 돌입

일각에서는 "타이밍 늦었다" 지적 "꼬투리 잡히기 싫어 비급여 진료표 게시한다" 쓴소리도

2021-01-0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지난 1월 1일부터,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하고, 환자에 미리 비급여 항목과 가격 설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시가 시행되자, 의협이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또한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책이 시행된 이상, 혹시나 꼬투리 잡히기 싫다면서 일단 정책에 따르고 있는 분위기다. 

▲ 지난 1월 1일부터,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하고, 환자에 미리 비급여 항목과 가격 설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시가 시행되자, 의협이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가 지난해 12월 비급여 관리를 위해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종합대책은 ‘비급여관리 혁신, 국민중심 의료보장 실현’을 비전으로 ▲합리적인 비급여 이용 촉진 ▲적정 비급여 공급기반 마련 ▲비급여 표준화 등 효율적 관리기반 구축 ▲비급여관리 거버넌스 협력 강화 등 총 4개 분야 12개 주요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합리적인 비급여 이용 촉진과 관련해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 확대 ▲진료전 ‘비급여 사전설명제도’ 시행 ▲영수증 서식 개선 통한 비급여 진료 상세 내용 확인 등이 포함됐다.

적정 비급여 공급관리 기반 마련을 위해 ▲2021년 6월 30일 시행 예정인 비급여 진료 보고제도 시행되도록 비급여의 현황과 규모 파악 등 체계적인 관리기반 마련 ▲급여와 함께 제공되는 비급여에 대한 급여 전환 필요성 확인 ▲비급여 의료기술의 효과 검증과 적정 진료 유도를 위해 단계적 의료기술평가 등 담겼다.

비급여 표준화 등 관리기반 구축과 관련해서는 ▲의료기관마다 상이한 비급여 명칭, 코드, 진료비용 공개항목 등 관리 가능 항목 중심 명칭 및 코드 표준화 방안 마련 ▲표준화 명칭 및 코드 사용 위한 전산시스템 개선과 법적 근거 마련 ▲의학적 비급여와 선택적 비급여 재분류 후 의학적 비급여 효과성 등 주기적 평가 등을 추진한다.

또한 비급여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협력 강화책으로는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지표 개발 ▲공ㆍ사 의료보험제도 간 연계ㆍ협력 추진 ▲의료계ㆍ소비자 단체ㆍ정부 등으로 구성된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역할 강화 등이 포함됐다.

해당 내용이 발표되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현재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확대 및 설명의무 강제화 반대’와 관련해 서명운동에 나섰다.

의협 김대하 홍보이사겸대변인은 “비급여는 유일하게 자율성이 보장된 것으로, 과거 당연지정제에 대해서 위헌 소송에서도 헌법재판소가 비급여로 인해 의사의 자율성을 침해받지 않는다고 언급할 정도”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보장율을 높이기 위해서 비급여를 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게 정부 기조이고, 이는 일부 남아있는 자율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컨트롤하겠다는 것을 보여진다”며 “단순히 비급여 수익창출을 떠나서 의사의 직업적 자율성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병원급은 몰라도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설명이 쉽지 않고, 행정적인 부담이 크다”며 “이런 식으로 의무화되면 진료자체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정리해서 정부에게 의견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정책이 시행된 이상, 혹시나 꼬투리 잡히기 싫어서 일단 정책에 따르고 있는 분위기이다.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비급여 가격 설명 의무화가 부당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소청과 병원은 비급여 영역이 입원과 관련된 사안뿐이라 많지 않다”며 “일단 정책이 시행된 만큼 내부회의를 통해 비급여 진료 정보표를 만들어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원장도 “비급여를 하나하나 다 설명하니까 자연스럽게 진료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나 인력에 대한 보상은 없다”며 “이미 비급여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설명 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정보공개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는 것이 ‘의료 쇼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치과 의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각 의료기관별 시설이나 인력, 장비, 부가서비스 등 특징은 반영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단순히 비급여 진료비 액수만을 공개하는 것은 국민이 값싼 진료비만을 찾아 의료기관 쇼핑을 하게 하는 폐해를 부추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의협의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9월 4일 개정 공포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1월 1일 시행된 사안인데, ‘4대 악 의료정책’ 반대에 밀려 제대로 의견 피력이 안 됐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해당 고시가 나온 시점에 의협이 강하게 어필했어야 했는데, 고시 시행 전후로 서명운동을 하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데 늦은 감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최대한 저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대하 대변인은 “늦었다는 지적이 있지만 비급여가 갖는 의미와 해당 고시가 시행됐을 때 벌어질 혼란, 부담을 봤을 때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의견을 제시하고 최대한 저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