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硏이 꼽은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 방향

의료행위 목록 등록 및 관리ㆍ근거 등급의 재설정 등 제안

2020-12-22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에 대한 평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대해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제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최근 발간한 ‘현행 의료기술평가에 대한 고찰과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국내외 의료기술평가제도의 관련 현황 및 이슈를 조사하기 위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를 중심으로 외국의 의료기술평가제도를 살폈다.

또 의료기술평가가 도입된 2007년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신청ㆍ접수된 의료기술 목록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를 통하여 입수, 총 2539건의 자료를 분석했다.

▲ 신의료기술평가 절차.

연구 결과, 신의료기술평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8명과 실무진 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신의료기술평가의 목적과 범위는 명확하며 투명하고, 엄격하게 수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했지만 신의료기술평가 범위에 대해 의료기ㆍ기술ㆍ행위ㆍ처치 등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평가주제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명확한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했으며, 비용과 편익의 평가에 적절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평과 결과에 대해 명시적인 고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자료 분석 후의 근거 수준 평가에서 현재 사용 중인 SIGN(Scottish Intercollegiate Guideline Network) 방법론 대신, 새로운 방법론인 GRADE(Grading of Recommendations, Assessment, Development and Evaluation)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를 통해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행위 목록 등록 및 관리 ▲신의료기술 신청시 근거 작성 및 신청 경비 부담 ▲신의료기술평가 과정 및 결과 공개 ▲신의료기술평가의 일관성 유지 위한 평가 경로 단일화 ▲근거 등급의 재설정 ▲정부 처리기간 단축 ▲의료기술재평가 등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연구소는 “미국 CPT에서는 의료행위를 목록화해 관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행위 전체에 대한 목록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의료행위의 적절한 관리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와 비급여 모두를 포함한 의료행위 목록을 만들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평가 과정 및 결과의 공개가 필요하지만, 평가 관련자들 간 이해관계 충돌로 인하여 전문가들의 신의료기술평가 참여 기피 등과 같은 의도하지 않은 문제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안전성은 인정되나 임상적 효과에 관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 중, 잠재적 가치가 인정된 신의료기술(혁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 제도로 2018년에 도입됐다”며 “혁신의료기술평가는 신의료기술평가와 따로 접수 및 진행돼, 신청자가 편의에 따라 평가 트랙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청자가 기존의 평가 트랙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구소는 “SIGN 방법론을 적용해 도출한 근거 등급은 그동안 신의료기술평가 시 임상적 권고의 강도와 동일 시 해서 근거 등급이 높을수록 건강보험 급여 등재시 급여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오해를 유발했다”며 “연구설계가 반드시 임상적 중요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SIGN의 근거 등급 평가는 연구설계에 따른 연구의 질을 기준으로 일관성, 적용가능성을 고려해 결정된 등급으로 근거에 대한 효과의 크기를 평가하지 못하는 제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근거 등급 평가 방법론을 GRADE로 변경하면 신의료기술이 임상전문가들에 의해 활용되며, 의과학적 근거에 대한 가치평가를 토대로 임상적 권고의 강도를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GRADE로 평가 시 신의료기술평가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에 대한 방법론 훈련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또 연구소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술등급분류(Ⅰ, Ⅱ-a, Ⅱ-b)는 등급 범주가 포괄적이지 않아,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기술들이 있을 수 있어 기술등급분류의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며 “신의료기술평가에서 신의료기술로 승인된 기술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의료행위의 경계가 더 모호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직종 간 업무 범위의 설정, 건강보험 급여화 대상에 대한 판단 등에 있어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연구에서 제안한 의료행위 전체의 목록 정비 및 관리 사업이 추진되면 우리나라에서 의료행위의 정의가 보다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