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병원에 낙상사고 책임 물은 1ㆍ2심 판결 뒤집은 이유는?

"현재 의료행위 수준에서 부족함 없음에도 막연한 추측으로 손해배상책임 인정"

2020-12-04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대법원은 “원심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판시 과정에 기초해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중환자의 낙상사고로 인한 뇌손상 대해 병원의 책임을 물었던 1ㆍ2심 판결을 뒤집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병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 보다 충분한 심리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지적이다.

환자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7일 급성담낭염으로 B병원에 입원해 경피적 담도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을 시행받았다.

그 후 12월 8일에는 혈압저하, 고열, 패혈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병원은 낙상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A씨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 낙상사고 위험요인 표식을 부착하고 침대 높이를 낮추었으며, 침대바퀴를 고정하고 침상 난간에 안전벨트를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환자 A씨는 3일 후인 11일 새벽 4시경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낙상사고를 당했다.

낙상사고가 벌어진 뒤 건강보험공단은 낙상환자 관리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B병원을 상대로 낙상사고에 따른 치료비 약 1억 6600만원에 대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1심과 2심에서는 낙상사고 당시 A씨의 침대 근처에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않았던 사실 등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 B병원이 건보공단에 약 99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으며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B병원이 환자 A씨가 낙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취했던 당시의 여러 조치들은 현재의 의료행위 수준에 비추어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B병원의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A씨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두고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병원 측이 충분히 살피지 아니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대법원은 “원심에서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할 수 있고 타당한 조치인지, B병원이 매트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범위를 넘어선 것인지 규범적으로 평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원심에서도 인정한 것처럼 A씨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지게 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병원 측은 낙상 방지를 위한 나름의 조처를 했기 때문에 낙상사고가 의료진의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는지, 병원 측 과실로 낙상사고가 있었던 것인지 원심은 더 충실히 심리ㆍ판단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판시 과정에 기초해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에 있어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