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비대면 진료 법적근거, 醫 ‘대재앙 초래’

의협, 김성주 의원 개정안에 의견...협의체서 진정성 있는 논의 선행

2020-11-13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야기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 대해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협이 ‘의료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야기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 대해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협이 ‘의료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발의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 마련 관련,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도입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범위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감염병에 따른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경보 발령 시 의료인이 환자ㆍ의료인ㆍ의료기관 등을 감염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범위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또 복지부 장관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지역, 기간 등 범위를 결정할 때 감염병관리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감염병 상황에 맞는 효율적 비대면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피해보상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에 의협은 1차 의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의 검증과 수정ㆍ보완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의협은 “감염병 위기 상황 시 환자 및 의료인의 감염 예방과 의료기관 보호를 통한 대응력 강화를 위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개정 취지에는 일부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을 기반으로 검증되지 않은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건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하에 보건의료체계를 흔들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의료기관 간 무한경쟁을 야기해 1차 의료기관의 몰락과 지방 중소병원의 폐업이 더욱 가속화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가 아닌,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등 진료환경 내실화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협은 9ㆍ4 합의를 언급했는데, “지난 9월 4일 더불어민주당 및 정부와 비대면진료를 비롯한 4개 의료정책과 관련해 합의했다”며 “이에 따르면 정부는 의협이 문제 제기한 4개 정책에 대해서 협의체를 구성, 발전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정부 및 여당의 정책 추진은 의협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의 진정성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의협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문제점으로 ▲국민의 건강권 위협 ▲비대면 진료 불필요 ▲비대면 진료 제도화 정당성 결여 등을 꼽았다.

먼저 의협은 “비대면 진료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검사 없이 정보통신 장치 및 기술을 통해 제한적인 문진, 시진, 청진만이 가능한 진료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것은 부정확한 진단행위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부터 환자 및 의료인의 감염 예방 및 보호를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지만 이를 악용한 불법ㆍ편법적 비대면 진료가 횡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어,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는 불법ㆍ편법적 진료를 양성화 제도로 전락해 건전한 의료질서의 왜곡과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며 “부정확하고 불성실한 비대면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의원들의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폐업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읍ㆍ면ㆍ리 단위까지 동네의원들이 개설돼 있고, 산간벽지 등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는 공중보건의사를 통해 의사인력이 제공돼 있어 사실상 무의촌이 거의 전무한 상태”라며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이유로 환자 및 의료인의 감염 예방과 의료기관 보호를 통한 대응력 강화 등을 들고 있으나, 이는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해외 국민에 대한 비대면 진료 또한 의사가 발행하는 처방전이 해외국민이 거주하는 해당국가에서 유효하지 않으므로 원격상담 혹은 원격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원격상담과 원격지원은 의료법의 개정 없이 현행 의료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의협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의료 전문가 단체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정책을 관장하는 부처는 보건복지부임에도, 전문분야도 아니고, 보건의료제도와 환경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경제부처에서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국가의 중요한 보건의료정책 및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또, “비대면 진료는 경제 활성화 정책이 아니라 보건의료서비스 산업 자체의 붕괴를 초래하는 경제 후퇴 정책에 불과하다”며 “경제적 가치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기본적 가치 보장을 위한 정책이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