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힘, 정말 무섭습니다”
인하대병원 병동간호팀 신현숙 간호사
2006-01-27 의약뉴스
인하대병원 ‘1월의 친절직원’으로 뽑힌 병동간호팀 신현숙 간호사는 자신이 이런 상을 탈 만한 자격이 있나 다시 한번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며 인터뷰 내내 “부끄럽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뇌였다. 물론 이를 계기로 한층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는 희망도 함께 말이다.
인하대병원은 병원을 환자들의 추천을 직원 가운데 다각적인 평가를 거쳐 매달 친절 직원을 선정, 지난 2004년 5월부터 시상해 오고 있다. 이번에 뽑힌 신현숙 간호사는 31번째 수상자다.
“고등학교 때 막연히 드라마 속에서 ‘백의(白衣)의 천사’로 나오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하게 간호사가 돼야겠다는 동경을 품게 됐고, 결국엔 제 천직이 됐습니다. 환자를 배려하고 여성스러운 간호사의 모습이 당시에는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하지만 막상 간호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안동과학대)를 시작하면서, 어릴 적 동경이 단지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단다.
신 간호사가 전하는 드라마의 허구 중 하나. 드라마 속 ‘나이트(밤) 근무’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은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란다. 환자들이 밤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보호자의 요청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주사와 수액 교체도 빼놓을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어느 세월에 잔다는 말인지.(신 간호사 曰, 드라마 만들 땐 꼭 현실 좀 반영해주세요!)
“간호사라는 직업이 단지 꿈이 아닌 현실이 되면서, 제가 꿈꾸던 간호사의 모습은 단지 허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게도 무서워하던 피를 보는 것은 이젠 일상이 됐고, 심지어 환자들의 대변이나 구토를 치우는 일도 생활화(?)된지 오랩니다.”
여기서 신 간호사가 강조하는 간호사의 필수 조건은 힘과 비위가 좋아한다는 것.
“아줌마의 힘이 무섭다고 하지만, 간호사의 힘도 엄청납니다. 평상시에는 연약한 척, 내숭도 떨지만, 응급상황이나 간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엔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건장한 남자 환자들도 번쩍 들어올리고. 아무튼 간호사의 힘, 정말 무섭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에도 불구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는 신 간호사는 앞으로 노인복지사, NCLEX-RN(미국간호사면허시험) 등 전문지식에 대한 공부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신 간호사는 환자를 대할 때 내가 편안해야 환자들도 편안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환자와 간호사간 신뢰가 있어야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같은 간호사들이 그분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대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 아니겠어요.”
“어느 날은 제가 배가 아파서 힘들게 근무한 적이 있었거든요. 너무나 참기 힘들어서 환자분에 진통제를 놓다가 잠시 후 다시 오겠다고 했더니, 그분께서 제가 많이 아파보인다며, 당신은 조금 있다가 맞으면 되니까 쉬고 오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제 걱정을 해주시더라고요. 결국 전 그 다음날 응급으로 맹장수술을 받고 우리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했습니다. 퇴원 후 출근해보니 벌써 퇴원하셨더라고요. 아마도 그분은 이런 사실을 모르실 겁니다. 고맙다는 말씀을 전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이를 계기로 신 간호사는 환자의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단다.
“저희 병동 환자분들은 암환자나 만성 질환인 분들이 많아서 아마도 병원이 무지 겁나고 싫으실 거예요. 완치가 힘드니까요.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뿐 입니다.”
“저는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한가족 같은 동료 간호사들은 물론, 의사선생님들, 담당 환자나 보호자분들, 만나는 모든 분들이 저의 인생 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시거든요. 지금처럼 일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곳 인하대병원에서 근무한지 올해로 6년째라는 신 간호사는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지난 한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만, 생각만큼 실천이 힘들다며 아쉬워했다.
“제 자신이 좀 나태해졌다 싶을 때, 가끔 입사 때 작성했던 ‘자기소개서’를 읽곤 하는데요. 그때는 참 의욕이 넘쳤던 것 같아요. 읽고 나면 절로 미소도 지어지고 즐거워지면서 초심 때 마음가짐이 새록새록 생겨나더라고요. 할 수 있다는 의욕도 생기고요.”
“올해 우리 병원이 고객만족 1등 병원을 목표로 전 교직원이 성심성의를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 간호사로써 작은 친절에도 고마워하시고 좋아해 주시는 환자분들을 생각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진실되게 환자 간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물론 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 데도 열심히 할 거고요.”
“요즘 웃음요법이라고 많이 소리 내 웃으면, 성인병예방과 아토피성 피부질환, 암치료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유방암이 완치된 분이 TV에 나오기도 하셨고요. 자 여러분도 항상 밝게 소리 내어 웃어보세요.” 병술년 새해 신현숙 간호사가 보내는 건강법이다. 신 간호사는 물론, 독자 여러분에게 올해는 웃는 일만 가득한 한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