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의 '수호천사' 만족 해요
삼성서울병원 국제 진료소 최봉준 교수
2006-01-26 의약뉴스
한국말이 어느 정도 되면 모를까, 한국인들이 해외나가서 현지어로 증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나 있을까 걱정하듯이 이들이 병원을 편하게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이래서 만들어 놓은 것이 국제진료소이다.
오랜 이국 생활을 마치고 96년부터 삼성중앙병원 국제진료소(International Health Services, 95년 개소)의 부소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최봉준(崔俸準․62) 교수를 만났다.
진료소에 하루에 찾아오는 사람은 사 오십 명 정도. 순수 외국인이 주로 오고, 6개월 이상 캐나다 체류 예정자가 비자 신청을 위해 필요한 검진도 하기 때문에 내국인도 온다.
외래과에 들렀다가 의사 소통 문제로 국제 진료소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고, 미8군의 경우는 병원과 협약 체계에 있어서 바로 찾아오기도 한다.
국제진료소에서 치료할 수 있는 가정의학과와 소화기 내과, 소아과를 넘어선 질병 환자는 본원의 담당 전문의에게 보내진다. 본원에 입원한 외국인이 요청하면 국제 진료소가 나서서 의사 소통 문제 등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국적은 미국, 캐나다, 유럽, 아프리카, 홍콩, 중국 등 다양합니다. 대개 영어 강사, 다국적 회사원 등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중증 환자를 국제선 전세 비행기로 긴급 후송해주는 전문 업체인 ‘인터내셔널 SOS’와 연계되어 의료 기술이 낙후한 몽골, 러시아 등지에서 심장병과 망막 이상증 같은 중증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 ‘선진국’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의 진료 수준을 어떻게 볼까.
“외국인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도움을 받으러 왔으니까 의사의 말을 잘 따르고, 또한 병원의 규모에 놀랍니다. 외국에 이렇게 큰 병원이 많진 않아요.”
국내의 간이식과 심장 질환, 암 치료 등의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다. 국내 병원 상위 10%의 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병원의 83% 정도라는 보고도 있다.
그는 69년 대학 졸업 후 3년 간 군 생활을 마치고 73년에 미국 시카고로 이민을 갔다. 잭슨파크 병원과 디트로이트 마운트 카멀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마쳤다. 소화기 내과로 전임의 과정을 밟았다.
“1981년도에 미 육군 병원에 군의관으로 들어갔어요. 미군을 따라 캘리포니아, 독일 프랑크푸르트, 서울에서 근무했지요.”
1996년에 용산 미 8군에서 예편했는데 당시 계급이 중령이었다. 미 육군 병원의 수준은 일반 병원과 비슷하다고 한다.
“한국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외래부터 입원까지 한 병원에 있어야 하는데, 미국 병원에서는 의사가 두세 개 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권한이 있어요. 환자가 집에 가까운 병원에 다니고 싶거나 자신이 갖고 있는 질병 분야에서 유명한 의사를 원한다면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 있지요.”
그는 의사의 이런 권한을 '프리빌리지'(privilege, 특권)이라고 표현했다. 1996년에 예편한 뒤에는 지금까지 이 병원의 건강의학센터 임상 교수와 국제 진료소의 부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에 친구도 많고, 또 고국이 그립기도 하고요”
국내에 있는 외국인을 상대로 진료를 하는 의사인 만큼 그는 ‘의료 분야 외교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국위 선양’을 기대해 본다.
의약뉴스 김유석 기자(kys@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