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주 서울시약사회장, 양덕숙 명예훼손 ‘벌금형’

서울남부지법...“비방 목적으로 선거인 다수에게 허위사실 공표” 약사회 규정에 따라 당선무효 가능성도

2020-10-06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법원이 한동주 서울시약사회장에게 양덕숙 약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인정, 벌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6일, 한동주 서울시약사회장에게 양덕숙 약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인정, 벌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재판은 지난 2018년 12월 진행된 서울시약사회장 선거 과정에서 양덕숙 약사가 한동주 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시작됐다. 한 회장이 선거인다수에 자신을 비방하는 문자를 발송했다는 이유다.

서울남부지검은 한동주 회장에게 불기소처분 의견을 통보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양덕숙 약사가 재조사를 요청해 재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재수사 과정에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졌고, 이에 반발한 한동주 회장 측이 정식 재판을 청구,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한동주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양 약사에 대한 비방 목적이 아닌 전임 약사회의 비리를 알린 것이며 ▲단순히 의견을 표출한 것에 불과하고 ▲신문기사를 토대로 한 것인 만큼 진실이라 믿을 이유가 충분하며 ▲선거 후보자로 선거인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발송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 회장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발송한 문자메시지에 양 약사의 사진과 이름을 모두 게재한 점과 메시지에 직접 작성한 문구에서 양 약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면서 “전임 약사회의 비리를 알린 것이 아닌 양 약사를 대상으로 문자를 발송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전체 내용으로 비추어볼 때 양 약사가 대한약사회의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암시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기사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진실이라 믿었다는 주장 역시 “지난 2013년 약준모는 양 약사가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약품을 판매하게 했다는 내용으로 고발했지만 2014년 2월 무혐의 처분이 이뤄졌다”면서 “이런 사실 또한 신문기사를 통해 보도됐지만, 한 회장 측은 무혐의 처분 이전 기사만을 인용하며 최소한의 사실확인 없이 2018년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한약사회의 업무상 횡령 문제와 관련해 한 회장 외 4명에 의해 같이 고발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조찬휘 대한약사회장과 총무국장 조남철만 고발했다”면서 “양 약사에 대해선 업무상 배임에 대해서만 고발한 것은 한 회장이 업무상 횡령으로 고발할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런 상황에 비추어 업무상 횡령사건 기소 1년 전에 나온 칼럼 성격의 의혹기사만을 바탕으로 그 기사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업무상 배임 사건의 경우도 한 회장이 직접 양 약사를 고발하였고, 양 약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고 항고처분 또한 기각된 점에 비추어 볼 때 기사를 바탕으로 진실이라 믿었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이 선거 당시 ‘양 약사가 13000원 상당의 책을 회원들에게 무료로 발송하며 이미지를 관리하는 금품선거에 해당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양 약사의 실상을 선거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한 회장 측의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11월 27일에 있었던 공개토론회에서 한 회장은 문자로 발송한 의혹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면서 “문자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 및 발송 형식에 비추어 비방할 목적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한 회장이 서울시약사회 회장 선거 예비후보자인 양 약사를 비방할 목적으로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다수 선거인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면서 “판결이 확정된 대한약사회 배임 및 횡령 사건에 대한 언급을 통해 선거인들의 선거권 행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법원은 “한 회장이 명예훼손 사실을 부정하고 있고, 피해 구제에 대한 노력을 보이지 않은 만큼 약식명령으로 부과한 300만원이 무겁다고 보지 않는다”며 한 회장에게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한편, 재판 결과에 따라 한 회장의 회장직 유지 여부를 두고 새로운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약사회장 및 지부장 선거관리 규정 49조 3항은 '당선인이 임기개시 전에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중 4번째 항목에는 '다른 후보자에 대한 비방, 허위사실 공표, 공연한 사실 적시 등 명예훼손 또는 이 선거규정 위반으로 인하여 법원의 1심판결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또는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에는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3항이 '임기개시 전'으로 한정하고 있는 사항을 '후보자에 대한 비방, 허위사실 공표, 공연한 사실 적시 등 명예훼손 또는 이 선거규정 위반'으로 볼 것인지, '법원의 1심판결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또는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