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 비만치료제, 뇌졸중 위험”

싱가포르 비만학회 탄 부회장, “안전한 약품 사용해야”

2006-01-18     의약뉴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 향정신성 비만치료제의 장기적 사용이 내성 및 의존성은 물론, 심지어 심혈관계, 정신계 등에까지 영향을 미쳐 뇌졸중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국내에서도 향정신성 비만치료제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고, 식약청에서도 관련 부작용을 우려해 4주 이내의 단기적 처방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싱가포르 비만학회 케빈 탄 엥키앗(Kevin Tan Eng Kiat) 부회장은 지난 15일 잠실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비만체형학회 학술대회에 초청연자로 나서, 이같이 펜터민, 펜디메트라진과 같은 향정신성 비만치료제의 장기적 사용의 유해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탄 부회장은 “이들 향정신성 비만치료제가 암페타민(Amphetamine)과 같이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혈압을 올리고 불면증과 불안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내성 및 의존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특히 펜터민은 이미 유럽 시장에서는 철수된 의약품”이라고 지적했다.

탄 부회장에 따르면,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 향정신성 비만치료제는 식욕억제기능을 통한 비만치료효과가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1996년을 기점으로 사용량이 급증한 바 있다.

펜터민의 경우 1992년 200만건에서 1996년 1억1,000만건으로 5.5배나 증가했고, 펜플루라민은 6만9,000건에서 700만건으로 무려 101배나 늘었다.

특히 미국 FDA에서 향정신성 비만치료제를 다른 비만치료제와 병용하는 것에 대해 허용하고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펜-펜’으로 불리는 펜플루아민과 펜터민의 병용요법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Mayo Clinic의 연구결과, 펜-펜 병용요법을 받은 24명의 환자들로부터 심장판막질환이 집중적으로 발생됐고 FDA에도 추가로 58명 사례가 접수되자, 1997년 펜플루아민과 덱스펜플루라민은 자발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 이후 그 사용량이 급격히 줄긴 했지만 펜터민을 포함한 다른 향정신성 비만치료제는 아직도 그대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탄 부회장은 이날 또 “현재 미 FDA로부터 장기적 안전성이 검증된 비만치료제는 포만감항진제인 ‘리덕틸(시부트라민)’과 지방흡수억제제인 ‘제니칼(올리스타트)’ 이외에는 없다”며 안전한 약물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향정신성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증폭되면서 식약청에서는 최근 4주간의 단기적 사용과 병용요법을 엄격히 금지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대한비만학회, 대한비만체형학회 등 관련학회에서도 관련 지침 마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 부회장은 이날 또 “일반의약품 및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이어트 식품들의 경우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일반인 광고가 허용된다는 점 때문에 실제 효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지거나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문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나 일반의약품이라고 해서 부작용이 적은 것이 아니다”며 “실제로 피해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 교수는 싱가포르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내분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비만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