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의무 민ㆍ형사 책임 제한, 의료윤리에 맡겨야

이동진 교수, 의료법학에 기고...실질적 연관 부분만 민ㆍ형사 책임

2020-08-10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설명의무와 관련된 부분이 의료문화의 한 부분이 된 만큼, 설명의무 중 자기결정ㆍ악결과와 실질적 관련 부분으로만 민ㆍ형사 책임을 제한하고, 그 외엔 의료윤리 등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설명의무와 관련된 부분이 의료문화의 한 부분이 된 만큼, 설명의무 중 자기결정ㆍ악결과와 실질적 관련 부분으로만 민ㆍ형사 책임을 제한하고, 그 외엔 의료윤리 등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에서 발간한 ‘의료법학’에 기고한 ‘의사의 설명의무-법적 기능, 요건 및 위반에 대한 제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환자가 그에 관해 결정을 하려면 무엇에 대해 동의하는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어야 하고, 이에 의사와 환자 사이에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이동진 교수는 “의료법에서 의사의 설명, 특히 자기결정설명 내지 위험설명이 두드러진다”며 “문제는 의료행위가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 이뤄져야한다는 것과, 이 것이 법적 의무이고 위반에 대해 법적 제재가 수반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말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진단과 치료방침, 대안, 예상되는 이익과 위험에 관해 설명하고, 환자의 결정을 돕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 관철을 위해 법적 제재를 동원해야하는지, 동원해야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동원해야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

이 교수는 “위험설명의무 위반이 있더라도 이로 인해 환자가 동의했다는, 위험설명의무 위반이 없었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동의할 것임이 명백하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은 경우에는 민사상 위자료지급책임만 진다”며 “위험설명의무 위반이 없었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것이 인정된다면 민사상 발생한 위험에 대해 전손해배상책임과 함께 형사책임도 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위험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두 단계로 나누는 것이 우리 판례의 특징”이라며 “이는 위험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귀속이 자기결정을 매개한다는 특수성에 관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험설명의무는 환자가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므로, 위험설명의무 위반과 발생한 손해, 환자의 자기결정이 개입한다”며 “문제는 위험설명 없이 시술 등이 이뤄지고 위험이 실현돼 악결과가 발생한 뒤, 사후적으로 위험설명이 있었더라면 환자가 동의했을지 여부를 재구성하는 데서 생긴다”고 말했다.

여기서 판례는 결과귀속 요건을 단계적으로 구분하는 전략을 취한 걸로 보이는데, 결과가 위험설명의무 위반에 구체적으로 귀속될 경우 민사상 전손해배상, 형사책임을 인정한다. 반면 구체적 귀속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구체적 비귀속 또한 확정되지 않은 것을 조건으로 민사상 위자료책임만을 인정하는 것.

여기에 손해와 관련, 중대한 이론적 문제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판례는 위험의 실현으로 인한 결과, 생명ㆍ신체침해를 배상으로 삼지 않고 위자료의 배상만 인정한다”며 “자기결정권이라는 인격권 침해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보고 위자료지급책임을 이로인한 비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보는 경우, 판례가 악 결과로 실제 발생하고 이를 설명하지 않은 위험이실현된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고수하는 걸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결정권 침해는 설명없이 도의 받았을 때 완성되고, 이후 악결과 발생 여부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라며 “악결과가 없거나 설명의무와 무관한 위험이 실현된 경우에까지 자기결정권 침해만을 근거로, 위자료를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 교수는 위험설명의무가 자기결정과 관계없이 의료과오(의 의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은밀한 장치로 기능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접근은 증거의 편재와 증명곤란이 심하고 설명의무가 잘 의식되지도, 이행되지 않을 때는 구체적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거친 대안이 될지 몰라도, 이것이 개선됐을 경우에는 우연적으로만 실현되는 정의와 무수한 왜곡을 낳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 판례는 위험설명의무 위반과 동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전손해에 대해 민ㆍ형사책임을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민사상 위자료책임만 인정한다”고 전했다.

그는 “두 책임유형은 연속선상에 있는 실현된 위험에 대한 배상”이라며 “구체적 악결과 없이, 즉 생명ㆍ신체ㆍ건강침해없이 그에 부착된 권능에 불과한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해 독자적 위자료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현된 위험에 대한 배상인 이상 결과와 사이에 구체적 인과관계를 거의 문제 삼지 않은 채 배상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러한 판례는 폐기돼야하고 위험설명의무의 범위도 구체적 환자의 특별한 선호와 전반적인 위험감수성향을 고려해 설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위험설명의무를 부과하는 목적으로 구체적 환자가 동의 여부를 잘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데 있다”며 “이는 극히 확률이 낮은 위험을 일방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이 아닌, 환자가 동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사랑을 개별ㆍ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한 조언을 하는 방식으로 달성될 수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동진 교수는 “설명의무가 인정된 때로부터 수십년이 흐른 지금, 설명의무는 어느 정도 우리 의료문화의 일부가 됐다”며 “위험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의 큰 목적이 바로 이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제 설명의무 중 자기결정 및 악결과와 실질적으로 관계된 부분으로 위반에 대한 민ㆍ형사 책임을 제한해야한다”며 “입법론적으로 문제되는 설명의무 위반 유형과 관련해 행정제제 등으로 강제되는 행위의무를 부과하는 외에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직면하는 경쟁압력과 의료소비자의 대응, 그리고 의료윤리에 맡겨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