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중독 바로 알고 건강한 아기 낳자”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

2006-01-13     의약뉴스
만일 배 속의 내 아이가 기형아일 확률이 1%라도 있다면?

예비 엄마들은 벌컥 겁이 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기형아는 사회적 차별을 받고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가족은 많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임신인 줄 모르고 약을 먹었다가 나중에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안 뒤, 기형아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더 커진다.

성균관대 의대 및 삼성제일병원의 한정열(韓正烈, 42)산부인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임신 중의 약물 중독에 대해 정확히 알리는데 힘써 왔다.

“약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모르고 임신했다가 약을 먹은 뒤 기형아 출산을 우려해 임신 중절하는 경우가 많아요.”

분명, 감기약, 간질약, 항암제, 정신과 약 등은 기형아를 유발할 확률이 크지만, 약이 모두 태아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약 먹었다고 임신 중절이 능사가 아니다. 우선 정확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50만 명 정도가 태어나는데 중절되는 수는 그 두 배예요. 기형아 임신율이 3%가량 되는데 대부분은 중절됩니다. 근데 약물 복용 때문에 너무 두려운 나머지 정확한 사실에 앞서 수술을 받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도 이 분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과장된 속설도 한몫했다. 드라마에서 한 아이가 백혈병으로 죽게 되는 이유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감기약을 먹은 적이 있다는 설정이 그렇다.

1999년부터 임신 중 약물 중독 예방, 계획 임신 등 산부인과로 유명한 삼성제일병원에서는 동양 최초로 '마더리스크(Mother Risk)' 프로그램을 통해 임신 중 약물 중독과 계획 임신에 대해 상담을 해왔다. 2003~2004년에 이 프로그램이 처음 만들어진 토론토 대학에 가서 직접 배워 와서, 지금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문의 메일이 와요. 얼마 전 김치파동이 났을 때는 구충제 관련 상담이 많이 오고요.”

그는 한달에 150건 가량의 메일 및 전화 상담을 해주고 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계획되지 않는 임신은 우리 나라 전체 임신의 50% 가량인데, 그는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서 계획 임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6주가 되어서야 임신이 자가 진단이 되고 6주면 태아의 신경이 이미 형성되기 때문에, 계획을 통해 임신 시기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태아에 해로운 약물과 알코올 등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 또한 복용 후 체내에 2-3년 간 남아 있는 건선 치료제인 에트레티노이드와 1년이 지속되는 아스트레틴, 4~6주의 여드름 치료제인 로아큐탄의 영향을 피해 임신 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로아큐탄의 사용자 명단을 작성하고 'iPledge'라는 전산등록시스템을 만들어 약 사용자나 판매자를 통제하는 것처럼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엽산제를 먹어야 합니다. 엽산(비타민B)은 태아의 신경 형성에 관여하므로, 부족하면 기형아를 낳을 수 있어요. 시금치, 오렌지 등 녹황색 음식물로 섭취할 수도 있지만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제를 먹는 게 좋습니다.”

캐나다, 중국, 미국, 칠레 등에서는 엽산제 복용을 강화해 기형아 출산율을 30~80%가량 줄였다. 벨기에에서는 유명한 배우가 홍보하기도 한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저출산 현상에 대해서 민감하다.

"미혼모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하겠고, 6세 이하의 육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태어날 아이들이 잘못된 약물 정보로 중절되는 일도 줄여야 하겠습니다.”

지난 해 12월에는 건강한 아기 출산을 바라는 엄마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기 위해<계획 임신>라는 책도 펴냈다. 삼성제일병원의 마더리스크 센터에서는 계획 임신이아 임신 중 약물 중독에 대해 인터넷과 전화로 무료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의약뉴스 김유석 기자(kys@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