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은 환상" vs "부족한 것 보단 나아"

한국지질ㆍ동맥경화학회 토론회 개최...메타분석 두고 공방 가천대 이해정 교수 "음식으로 부족한 부분 보완 가능"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 "건기식 제도 유지할 필요 없어"

2020-07-04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3일, 경주에서 개막한 '2020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가 건강기능식품의 유용성을 두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국지질ㆍ동맥경화학회가 '건강기능식품, 과연 심혈관질환에 효과가 있을까?'를 주제로 마련한 토론회에서 식품영양학 전문가들과 예방의학 및 내분비의학 전문가들이 치열한 공방을 펼친 것.

▲ 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해정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이 음식으로 불충분한 것을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건기식을 두둔하고 나선 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해정 교수는 음식만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섭취량을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부족한 부분을 건강기능식품들이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건기식을 통해 혈압과 지질지표들이 개선된 메타분석 연구들을 소개하며 건기식의 가치를 조명했다.

다만, 동일한 용량이라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효과와 안전성에 편차가 큰 만큼 성분별, 개인별, 나아가 유전자에 따른 적정용량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반대 입장에선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의생명과학과 명승권 교수는 권장 섭취량이라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권장 섭취량이라는 것 자체가 질병과의 연관성이 있는, 과학적 근거를 갖춘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을 줄세우고 상위 몇 퍼센트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타겟에 대한 권장섭취량도 각 국가별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며 실제로는 권장섭취량의 절반 정도만 섭취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권장섭취량을 섭취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호도,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그는 건기식을 통해 특정 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실제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이 효과에 근거가 없다면서 관련 제도 자체가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식으로 섭취한다면 특정 성분 이외의 다른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효과를 발휘하지만, 특정 성분만 섭취할 경우 실제 효과도 의문일뿐더러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일부 메타분석에서 혈압이나 지질 지표를 개선했다는 연구에 대해서도 개선되는 정도가 수개월에 걸쳐 복용했을때 혈압은 5mmHg, LDL은 15~20mg/dL 정도로 통계적으로는 유의하나 임상적으로는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술을 적게 먹고 음식을 조절하면 단기간에도 그보다 수십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으로, 임상의로서는 권장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징이다.

오히려 명 교수는 비타민이 사망의 위험을 높인다거나 칼슘보충제가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건기식이 심혈관질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 건기식을 중단하게 하면 오히려 간수치 등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된다는 것.

그는 "건기식이 주장하는 항산화효과라는 것도 항암효과나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을 방어하는 능력은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기식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은 모수가 작은 연구들 중에서도 성공한 연구만 출판해 모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명 교수는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논리로 접근해 이를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으로, 국민의 건강에서 바라보면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건강기능식품 중에서도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릴오일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인정을 받은 바 없다며 일반식품임에도 과도하게 포장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크릴오일이 고중성지방혈증치료효과를 주장하지만, 그 주장의 핵심이 되는 성분인 오메가3 자체가 그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

그는 "근거가 확실한 치료법을 두고 손쉽게 먹으면서 접근할 수 잇는 것을 찾는다"면서 "새로 나오는 것(건강기능식품) 마다 리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느 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도 연구하지 않는다"면서 "하루 권장 섭취량이라는 개념 자체부터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열한 공방 속에 좌장을 맡은 가톨릭대학교 내분비내과 부천성모병원 유순집 교수는 "이번 토론이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지 않았나 싶다"면서 "돌이켜보면 의사들도 영양학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기능식품을) 산업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과대 광고 등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