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보다 공중보건 역량 강화하는 교육과정 필요"

의료정책연구소 보고서 발표...교육과정 개발ㆍ운영 후 개선점 도출

2020-06-2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공공의대 설립보단 기존 의과대학이나 관련기관에서 공중보건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의사들의 공중보건 역량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코로나19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방향성에 쓴 소리를 던지는 보고서가 나왔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 강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대 설립보다는 기존 의과대학이나 관련기관에서 공중보건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의사들의 공중보건 역량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것.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최근 ‘공공보건의료 의사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및 평가 연구’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역 간 의료이용 불균형, 공중보건인력 부족 등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보건의료 인력으로 공중보건의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 전문의는 시도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분만취약지가 존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2016년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의 4대분야 중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및 역량 제고‘에서는 세 가지 과제, 즉 공공의료 핵심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공공의대 설립, 필수 공공보건의료 인력양성 및 관리, 공공보건의료기관 역량제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연구소는 “공공의대(원)을 설립하기보다 기존 의과대학이나 관련기관 내 공중보건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 의사들의 공중보건역량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부족한 공중보건 의사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장기간 교육 훈련을 요하는 공공의대 신설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에서도 2016년부터 공공보건의료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존 교육과정이 강의중심의 지식습득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에 대한 요구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소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교육학에서 교수체제설계로 대표되는 ADDIE 모형-분석(Analysis), 설계(Design), 개발(Development), 실행(Implementation), 평가(Evaluation)-에 근거해 공공보건의료 의사역량 항양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연구소는 “요구분석 단계에선 4가지 요구분석을 진행했는데, 첫째 기존의 공공보건의료 관련 교육과정 개설 현황을 조사해 그 특징을 파악했다”며 “두 번째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개설했던 기존 1, 2, 3기 보건의료행정 고위자과정 수강생의 평가결과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소는 “공공보건의료 관계자 7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며 “그 결과, 교육내용에서는 ▲실무중심 교육 ▲조직 및 인력관리 역량 ▲지역사회와의 의사소통 역량 ▲지역사회 보건소장의 역할 등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교육과정 운영에서 ▲직책ㆍ직급ㆍ직무별 세분화된 특화된 교육 ▲세션별 등록 방법 ▲선택과정 제공 ▲짧은 교육 기간 구성 등의 의견이 있었다”며 “마지막으로 전국 공공보건의료영역에 종사하는 의사 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지식 ▲술기 ▲태도 면에서 핵심역량을 도출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소는 “술기에선 1순위로 꼽은 건 ‘공중보건 정책 및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기획, 실행, 평가할 수 있다’ 였고, 2순위는 ‘관련근거, 입법, 긴급기획 절차, 규정과 정책을 고려해 행동방침을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개발할 수 있다’였다”며 “지식 면에선 ▲지역 및 국가 단위 공중보건의 역사, 구조 및 보건의료서비스와의 상호작용 ▲건강증진 전략 ▲질병 및 사고예방, 건강보호전략 등이 조사됐다”고 말했다.

태도 면에선 ‘다양한 문화적ㆍ사회경제적ㆍ교육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모든 연령, 성별, 건강상태, 성적 지향 및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문화적으로 연관된 적절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와 ’공중보건 프로그램과 정책들을 기획, 실행, 보완 및 평가할 때 다양한 인구집단을 다룰 수 있다‘가 꼽혔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공공보건의료의 역사와 구조 ▲지역사회 건강수준 및 영향요인 평가 ▲건강증진 및 건강보호 전략 ▲공중보건사업/프로그램기획과 평가 ▲공중보건조직 및 인력관리 ▲공중보건사업과 이주노동자 건강보 ▲신뢰받는 의사의 의사소통-환자경험 ▲감염병 대응과 위기관리 ▲공공병원의사의 리더십 교육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일차의료 등 10가지 핵심 역량과 교육목표가 선정됐다.

연구소는 “공공보건의료 의사역량개발 고위자과정 만족도와 교육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평가도구로 교육과정 만족도는 교육목표 달성, 교육내용 이해, 교육방법 효과, 실무 적용도를 측정했다”며 “교육효과는 역량 향상, 교육전후 교육성취도를 측정했고, 교육수강 후 수강생을 별도로 평가하지 않고 각 주별 교육전후 점수(10점 만점)를 자기평가 방식으로 직접 기입하게 해 교육 성취도를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교육을 진행한 결과, 전체적인 교육만족도는 4.4점으로 나타났으며 항목별로는 교육방법 효과가 4.5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교육목표 달성 4.4점, 교육내용 이해 4.4점이었고, 실무 적용도는 4.3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교육효과는 역량 향상 정도와 교육성취도로 나눠 분석했는데, 전체적인 역량 향상 정도는 4.2점이었고, 역량별로는 지식(4.4점)-태도(4.3점)-술기(4.0점)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교육 성취도는 교육 전 45.7점에서 교육 후 70.5점으로 나타나 평균 24.8점의 차이를 보여줬으며 t값 16.85로 통계적으로 유의적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연구소는 공공보건의료 의사역량개발 교육과정에 대한 개선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앞으로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 분야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좀 더 정교한 요구분석, 즉 학습자분석, 환경 분석, 직무 및 과제 분석이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어, “우리나라 공중보건 분야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역량에 대한 세심한 요구조사가 이뤄져 실무 적용성이 높고 현실 적합한 교육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좀 더 신뢰성 있는 평가자료를 통해 다음의 교육과정에 반영(환류)해 지속적인 교육 순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