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첩약급여 시범사업 철회 요구 봇물

시범사업 철회 릴레이 성명...안전성ㆍ유효성 문제부터 한방 건보 분리도 지적

2020-06-24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정부가 추진하려는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대한 의료계 내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대한 의료계 내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의사단체들은 릴레이로 성명을 발표, 시범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10월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ㆍ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이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복지부가 공개한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에는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ㆍ방제기술료 3만 8780원 ▲조제ㆍ탕전료 3만 380원~4만 1510원 ▲약재비 3만 2620원~6만 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16만원 수준이며 이 중 절반을 환자가, 나머지 절반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 내에서 시범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계획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 한다”면서 “만약 정부가 의료계의 염려와 충고를 무시한 채 이를 계속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의료계의 총의를 모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원칙이 있다”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행위나 약제들 중에서 비용효과성과 사회적 요구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사회는 “첩약은 의료계가 수없이 강조해왔지만 한약재 자체의 독성, 재배 및 유통과정 중에 발생되는 오염물질과 독성물질, 현대 의약품과의 상호작용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유효성도 검증된 적이 없다. 한마디로 근거가 없는 치료법”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구축기반 연구’ 보고서에서도 첩약의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돼 있지 않으며 대한한의사협회는 ‘급여화가 된다면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앞뒤가 바뀐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면서 “이처럼 공단과 한의계 모두 한약의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할 방법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약을 급여화하는 건 국민건강 보호에 역행하는 건 물론, 건강보험제도를 문란케 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건강보험 보장성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 우선순위도 직역 간 보험재정의 배분이나 보장성의 범위에 대한 상대적 비교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기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의사회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국민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면서 “복지부와 합의협은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기 위해 어떤 보건의료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에 이어 서울특별시의사회, 부산광역시의사회, 경상북도의사회, 경상남도의사회, 전라남도의사회 등 지역의사회들도 릴레이 성명을 통해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력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국민건강에 앞장서야 할 복지부가 자칫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도 있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려는데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민은 마루타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회는 “건강보험 급여화 원칙을 무시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면서 “한방의료 전반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즉각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부산시의사회는 “2018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 첩약이 보험급여로 인정‧관리되기 위해선 ‘최소한 이를 보험급여로 등재해야 하며, 보험약제에 준하도록 기본적인 기준과 처방‧조제기록에 대한 기준, 조제되는 장소에 대한 관리기준 등이 사전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보고서의 지적 이후에 복지부는 첩약 보험급여 인정을 위한 어떤 관리기준을 준비했냐”고 밝혔다.

의사회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과학적으로 옳지 않은 포퓰리즘적 재정 낭비”라며 “정부는 부끄러움을 안다면, 양심이 있다면, 이 희대의 대국민 기만극을 당장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경상남도의사회는 한방 건강보험제도 이원화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경남도의사회는 “안정성과 유효성, 치료의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를 위해 연간 1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이번에 발표한 시범사업은 이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연간 500억원이 소요돼, 진찰료가 의원의 2∼3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수가현실화와 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 투입돼야 할 재원은 없다는 정부가 소중한 국민의 혈세를 특정 집단에 몰아주고 있다”며 “첩약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면, 국민선택권이라도 보장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이원화하여 한방을 분리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경상북도의사회도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이 고통 받는 이 시점에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한방첩약 급여화 추진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경북도의사회는 “현재 대다수 한약이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한방첩약 투여는 한약재 자체의 독성, 재배 및 유통과정 중에 발생되는 오염 물질과 독성 물질, 현대 의약품과의 상호 작용 등을 알 수 없어 안전성이 불분명하고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근거가 없는 치료법’”이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어, “한약의 부작용을 감시하거나 수집하는 별도의 시스템조차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급여화까지 시도하고 있으니 실로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 사업을 국민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전라남도의사회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전남도의사회는 “이번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의 세부 내용 중 놀라운 건 의사들의 진찰료와 비슷한 개념인 변증ㆍ방제료가 3만 8780원이고 첩약 한재(10일분)당 수가가 14~16만원 수준으로 제안됐다는 것”이라며 “의원급 초진료가 1만 6140원, 재진료가 1만 1540원과 비교시 3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또, “의사들의 진찰료가 한의사들의 진찰료 1/3 수준이라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궁금하다”며 “코로나-19 기간동안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해 왔던 대구ㆍ경북지역의 많은 의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다 제때에 지원을 받지 못해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의사회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2차 유행과 수도권 유행이 증가하는 지금 시점에 정부가 해야할 일은 코로나 사태로 지치고 번-아웃되어 무너지기 직전인 국내 의료계를 살리고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일에 재정투여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밀어붙이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