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서 엇박자낸 의료계 두 기둥

대회원 서신문 보낸 의협, 비대면진료 강력 반대 병협, 비대면진료에 ‘원칙적 찬성’ 입장 밝혀

2020-06-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의협과 병협이 비대면진료에 대한 입장에서 엇박자를 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과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호)가 비대면진료에 대한 입장에서 엇박자를 냈다. 비대면진료에 대해 강력 반대를 선언하며 대회원 서신문까지 보낸 의협과 반대로, 병협에서는 이에 대해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힌 것.

최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한시적인 전화상담 등 원격의료가 시행되고, 환자의 편의성 등과 그 효과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물론 기재부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와 적극적인 추진 방침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7월 ‘지역특구법’에 따라 강원도를 ‘바이오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 산간 등 격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할 것을 알린 이후 최근 강원도와 ‘비대면 의료 실증’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의협은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사업 추진의 문제점’에 대한 대회원 서신을 통해 의사회원들의 불참을 요구하고, “중기부와 강원도에서 추진 계획인 비대면 의료 시증 사업이 대면진료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현행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구체적으로 우선 강원도 내 격오지에 거주하는 당뇨와 고혈압 재진환자 30여명에게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당뇨·혈당 측정 모바일 헬스케어기기가 보급된다.

또 참여 환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매일 자신의 혈당과 혈압수치 정보를 원격지에 있는 담당의사에게 전달하면 매일 축적되는 의료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거쳐 필요한 진단고 처방을 실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의협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진행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행 의료법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협은 “원격의료는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안정성과 환자에 대한 유효성이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다”며 “기술적 안전성도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원격의료가 추진된다면 결국 국민 건강권에 피해가 갈 것이 분명하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의협은 “잘못된 검사 결과와 신호로 잘못된 진단이 내려진다면 불필요한 진료로 이어져 환자에게 경제적·신체적 위해를 가하고, 중요한 치료 기회도 놓칠 수 있다”며 “기술 자체뿐만 아니라 의료법 등 법률적 문제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한다”고 조언했다.

의협은 “그동안 정부 측에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파급력을 가진 원격의료 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해 왔다”며 “의사회원들은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사업추진’에 불참할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최대집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만약 정부가 ‘코로나19’ 혼란기를 틈타 원격의료를 강행한다면 (자신의)모든 것을 걸고 극단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협과 더불어 의료계의 큰 기둥 중 하나인 병협에서는 비대면진료에 대해 ‘원칙적 찬성’ 입장을 내놨다. 

병협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화상기술 등 ICT를 활용한 정책발굴과 도입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국민보호와 편의증진을 위한 세계적 추세와 사회적 이익 증대 차원에서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제도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병협은 비대면 방식의 의료정책 마련에 있어서는 과거 원격의료 도입 주장에 대해 언급해 온 바와 같이 ▲초진환자 대면진료 원칙 ▲적절한 대상질환 선정 ▲급격한 환자쏠림 현상 방지 및 의료기관 종별 역할에 있어 차별금지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병협은 “비대면 진료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인정될 수 있는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조정해야 한다”면서 ▲국민과 환자의 건강보장과 적정한 의료제공 ▲의료기관간의 과당경쟁이나 과도한 환자집중 방지 ▲분쟁 예방과 최소화 ▲기술과 장비의 표준화와 안전성 획득 ▲의료제공의 복잡성과 난이도를 고려한 수가 마련 등 다섯 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정영호 회장은 “비대면 의료체계의 도입과 논의를 위해서는 세가지의 기본 전제조건과 다섯가지 제시된 사항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 개방적이고 전향적 논의와 비판적 검토를 병행하여 바람직하고 균형잡힌 제도로 정립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이 의협과 병협, 두 단체가 비대면진료에 대해 엇박자를 낸 것에 대해 ‘의협의 충분치 않은 의견수렴에 대한 반발’이라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게 아니고,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생활안전센터에 있는 환자들이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 등 비대면진료를 해야하는 상황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협이 비대면진료를 하지 말라고 하니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이상한 사람들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협이라면 병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한 모든 직역에 있는 의사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야한다. 특히, 원격의료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며 “병원급 의료기관에 있는 많은 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의협에서 원격진료에 대한 일방적으로 반대를 외치다보니, 병협에서 이런 성명서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