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역시나

2006-01-08     의약뉴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많은 집안에 조용할 날이 없다는 뜻이다. 인천시의회 의원 29명 중 25명을 차지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아무리 감투가 좋다지만 인천시의회 개원 벽두부터 파벌을 조성하며 패거리 정치를 자행하는 꼬락서니를 바라보는 인천시민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회기엔 구의회 의장 선출을 싸고 파벌 싸움을 벌인 00구 기초의원들 때문에 구민으로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는데 자질이 한 격 높아야 할 시의원조차 그 타령이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이번 선거에서 어부지리(?)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이 당선된 것은 다른 정당 후보들보다 훨씬 자질이 뛰어나서도, 타 후보들이 그들 당선자들보다 못나서도 아니다. 유권자들이 현 정권을 아끼고 기대했던 만큼 그에 비례해 실망도 컸기에 반발 심리로 지난 선거처럼 반대당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선거운동 때만 해도 시민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던 그들은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이 당론파와 비당론파로 나뉘어 집안싸움만 열중하고 있다. 더욱이 양당을 통틀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신인 의원들이 29명 중 23명을 차지한다면 서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대하며 과연 시의원의 사명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 후보들이 당선되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게다가 당론을 파기한 소속 의원은 물론 비례대표 선출의원까지 출당을 시켜야 한다니 공천을 하사(?)한 당의 은총이 시민의 권리보다 더 우선한다는 말인가.

오죽했으면 시민의 충복이 아니라 당명에 맹종하는 꼭두각시 ‘로봇’에 불과한 시의원을 꼬집듯 ‘주인을 섬길 줄 아는 충견이 되라’는 교훈의 차원에서 시민단체가 집회에 개를 끌고 나왔까.

민주당에 대한 반발 심리로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은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었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 선거엔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당 후보들이 모두 당선하는 이변(異變)이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

시의회가 파행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의장의 자질을 거론하며 과거의 전과를 들먹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누가 의장이 되든 의장의 자격은 과거의 행적보다 현재의 지도 능력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에 무관심하게 하고 정치인들에게 경멸의 눈총을 보내며 등을 돌리도록 하는 상대 후보의 약점 들추기와 흑색 선전은 선거 때만으로도 족하다. 시의회가 개원한 작금에서조차 약점을 들추지 않더라도 당사자는 그 몇 배에 해당하는 정신적인 형벌의 고통을 감수했을 것이니 화합을 해치는 발언보다 시민을 위한 건설적인 의정 활동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굳이 전과를 따진다면 털어서 먼지 안 날 의원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실형은 받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선거법 한 번 위반하지 않고 당선된 의원이 있을까 궁금하다.

성경에 죄 없는 자가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구절(句節)이 있다. 간음은 행동뿐 아니라, 남의 여인을 보고 흑심을 품는 것조차 동일한 범죄라는 설교를 들은 군중들은 아무도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없었다.

이제라도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은 유권자들의 무언의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감투싸움을 중지하고 새로운 인천시 집행부와 더불어 보다 나은 인천시민의 앞날을 위하여 매진(邁進)해야 할 것이다.

김사연 (수필가, 인천시약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