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심전도 측정 건보 진입에 의료계 반발
의협ㆍ개원의사회 등 반대 성명...신의료기술 평가 시행 촉구
최근 정부가 스마트워치에 대한 심전도 측정을 건강보험 의료행위로 진입시킨 것에 대해 의료계에서 연일 반발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의료행위인 ‘일상생활에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항목코드: E6546)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 내에선 큰 파장이 일어났다. 심장박동과 관련 부정맥의 진단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고 위급성이 높은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임상적 근거를 확인하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복지부가 메모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의료행위인 ‘일상생활에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한 것을 철회해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정 의료기술이 건강보험 기존행위인지 판단하는 행정 절차에 대한 의학전문성을 강화해야한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에 따르면 메모워치는 지난해 2월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의사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착용한 환자로부터 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하여 이상 징후 시 내원 안내’를 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가 부여됐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원격으로 내원을 안내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상 근거(의료법 제34조)가 불분명’하다는 기존의 유권해석을 폐지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환자 정보가 온라인으로 특정업체의 전산망에 취합되는 것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메모워치로부터 전송받은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해 내원을 안내하거나 1ㆍ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안내하는 것은 허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마련했다는 것.
이에 의협은 “최근 심평원이 메모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의료행위와 동일하다고 판단한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며 “기존 방식의 심전도 검사와 달리 메모워치로 수집되는 데이터는 아직 임상검증이 없기에 판독 기법을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할지, 새로운 기법이나 조건이 필요한지 학술적 증명과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심지어 현재 1개의 의료기관에서 환자 내원안내 목적의 탐색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그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정부가 임상시험의 범위를 초월해서 기존 의료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는 것은 절차적 문제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개원의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지난 24일 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를 갑자기 수가로 만들어서 병원에서 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검사의 정확도나 임상적 근거 등이 확인됐는지 알아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개협은 온라인으로 특정 업체한테 전산망 취합을 시키는 것이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이 역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대한개원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도 이번 사안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개원내과의사회는 “휴이노사의 손목 시계형 장치(상품명 메모워치)를 이용한 심전도 감시행위가 2020년 5월 20일 심평원 급여행위로 인정돼 수가를 받게 됐다”며 “이 제품을 이용한 심전도 감시행위의 급여인정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의료계와의 합의 없이 비대면의료행위를 강행하고 있다”며 “비대면의료행위의 폐해로 비대면진료에 따른 오진이나 진단이 늦어져서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한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이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점을 짚었는데, “일반적으로 신의료기술로 인정이 되기 위해서는 심평원 의료기술평가부에 의료기술에 대한 자료와 함께 관련 의학 논문자료를 제출해야한다”며 “이번 건에 관한 의학적 근거 자료를 찾아볼 수가 없다. 혁신적 기술이라고 해서 임상결과에 대한 검증을 면제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적용대상을 부정맥과 허혈성 심장질환의 진단 및 심장병의 치료효과 판정이라고 적시를 했는데 검사 방법으로 단일 리드로만 심전도기록이 이루어지는 특성을 고려할 때 허혈성 심장질환의 진단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게 개원내과의사회의 설명이다.
개원내과의사회는 “해당 질환에 대해서는 오진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허혈성 심장질환은 절대로 오진이 있어서는 안 되는 질환이고 특히 위음성과 비대면 진료가 더해지면 자칫 적기에 치료를 하지 못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개연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임상순환기학회(회장 김한수) 역시 “환자의 안전을 위해 검증이 필요하다”며 반대 의사를 명백히 했다.
임상순환기학회는 “최초의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라는 중요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심장학회나 부정맥학회 등 유관학회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심평원 독단으로 급여 적용 결정을 내렸다”며 “임상연구의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심장질환의 중요한 진단기기가 의료현장에서 섣불리 사용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밝혔다.학회는 이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 지침을 개정하면서 모바일 의료앱과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허가가 용이해졌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겠지만 이를 의료 현장에서 적용할 때 충분한 검토와 학문적 근거 없이 적용하면 건강보험 재정의 낭비는 물론, 국민 건강에도 위해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