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과실 여부, 핵심은 ‘설명의무’ 이행

김연희 변호사, 의료정책포럼 기고...의무기록ㆍ설명 충실하지 않으면 불이익 판단

2020-04-02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김연희 변호사.

의료사고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을 때 과실 판단에 대한 핵심은 ‘의무기록’과 ‘설명의무’ 이행은 필수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대표변호사(대한의사협회 법제자문위원)은 최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의료와 법의 공존’이란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나쁜 결과를 의료사고라 말하는데, 이는 과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의학이 고도로 발달하면 의료사고의 발생 건수는 줄어들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 법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의료의 영역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료과실은 법적판단이 개입된 개념으로, 의료행위의 실수를 의미한다”며 “통상 민법상으로는 ‘일정한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엇음에도 불구하고 인식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고, 형법상으로는 ‘정상의 주의를 태만해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지만 결론적으로 의미 자체가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의무기록 부실 기재로 인한 과실 추정과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 인정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의료과실로 인한 손상 이후 후유증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 계속한 것뿐이라면 병의원이 환자에게 수술비와 치료비 지급을 전액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등장했다.

그는 “의무기록과 설명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으면 불이익하게 판단하겠다는 의미”라며 “민사와 형사의 입증책임에서 차이도 점차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의료법에서 말하는 설명의무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설명 동의를 받아야 한다.

김 변호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는 영역에서의 의료행위 전반에 설명의무가 미치기 때문에 환자가 동의서를 작성했더라도 수술이나 수혈, 전신마취가 아닌 영역에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연희 변호사는 “대립되는 양당사자의 주장을 경험칙과 논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법관의 영역이지만, 법관은 의료를 잘 알지 못한다”며 “따라서 의료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의사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들은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동일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선택지를 찾았을 것인가’를 돌이켜보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만일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는 확인이 든다면 다음 단계로 ‘내가 아닌 동일 조건의 다른 의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인가, 아니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도 확신이 든다면 판사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도움을 줄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점차 의사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벌어진 현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환영받는 세상이 아니고, 사회현상에 대한 방관자적 태도와 무관심은 덕목이 될 수 없음을 인지해야한다”며 “만일 법이 의료의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이는 누구 탓인지 생각해봐야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