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환경 제대로 만들어야죠
2011-08-02 newsmp@newsmp.com
▲ 김일호 회장은 의사답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집행부의 연이은 파행과 비리가 논란이 되자 젊은 의사들도 조금씩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신뢰할 수 없는 선배들에게 의사로서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는 문제의식에서였을 것이다.
이번 15대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으로 당선된 서울 대림성모병원 김일호 전공의도 이러한 고민을 안고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고 한다.
"좀 답답했어요. 제가 2004년도에 의대를 졸업해서 동료들에 비해 비교적 오랫동안 의료계에 몸담았는데 대부분의 선생님들 같은 경우 현실에 대해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공부만 알고 세상물정에 어둡던 의대생에게 의사로서의 삶은 9시 뉴스에 나오는 현실 정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소하게는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부침이 있어요. 나라에서 정하는 사소한 정책 하나 때문에 입학 당시의 비인기과가 졸업 때는 인기과로 바뀔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이 일어나죠."
김일호 회장은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국민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의사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에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들의 미래와 관련된 사안에 전공의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전공의 사회에서도 당면한 현안들에 대한 당사자들의 관심이 적었던 것이 출마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조직 문화에 관심이 없는 것은 전공의들도 마찬가지에요. 그 때문에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생각을 집중하게 됐습니다. 현재 보다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이루어지도록 홈페이지를 활성화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관심을 불러모을 생각이에요."
김일호 회장은 이러한 네트워킹을 통해 대전협 뿐 아니라 공보의, 의대생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젊은 의사들이 의료계 현황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김 회장이 전공의 회장으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의사답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죠.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들어주고, 책임있게 치료하는 방식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두 주체의 관계 사이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끼어 있어요. 약 하나를 처방할 때도 소신껏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심평원 지침에 따라 의료비 지출이 적은 쪽을 택해야 하죠."
김 회장은 의사가 6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정작 처방을 내릴 때는 교과서가 아닌 심평원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의사로서의 프라이드에 적지않이 흠이 가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과 같은 문제의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젊은 의사들이 가져왔던 것이다. 다만 의사 사회의 선후배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수평적 소통이 어렵다보니 실천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가령 수련환경 개선 문제에 있어서도 1년 14일 휴가를 보장해 달라고 해서 어렵게 성사되긴 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다 보니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이러한 소통의 문제를 비롯한 각종 제도 개선에 대해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확실히 내는 것이 장기적인 과제라고 김일호 회장은 밝힌다. 그외에도 단기적인 과제로 선택의원제 반대와 전공의 수련지침 개선, 군복무기간 단축 등 그가 이루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같다고.
한사람의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젊은 의사들을 대변하는 대전협의 회장으로서 그는 아주 많은 꿈을 지닌 사람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