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사퇴까지 계속해야죠

2011-07-26     newsmp@newsmp.com
생각보다는 '폼 안나는' 모습이었다. 구름처럼 지지자들이 몰려든 것도 아니고 현란한 문구들이 즐비한 것도 아니다.

주차장 한 켠의 두세 평도 채 안 되는 곳에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는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단식 농성 텐트를 지키고 있는 것은 고작 책 몇권과 플랭카드 몇 장뿐이다. 덥고 꿉꿉한 날씨에 노 대표는 연신 땀을 닦으며 기자들을 반겼다.

"현재로서는 이렇게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갑작스러운 단식 결의 이유를 묻자 노 대표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명료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9일 있었던 젊은 의사들의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과의 면담이었다고 한다.

"몇몇 의사들은 눈물까지 흘렸고, 이제는 선배님들이 해결해 달라고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는 없었거든요"

계기는 단지 이것만은 아니다. 선택의원제와 관련한 대정부 협의 여부 결정 과정에서 경만호 집행부가 불법을 자행했다는 것.

"지난 9일에 긴급 시도의사회장 및 각과 개원의협의회장단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원래 참석해야 할 인원은 36명이었는데 실제로는 24명밖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 중 11명만이 대정부 협의에 찬성했습니다."

반대는 8명, 기권은 5명으로 원칙대로라면 대정부 협의는 부결되는 것이 옳았으나 집행부가 협의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경만호 회장이 정관 개정에 의해 회원들을 다시 한번 기만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의사 전체의 운명이 달린 문제인데 이번 협의 결정 과정에서 의협이 아파트 부녀회만도 못한 단체로 전락한 거지요."

지금이라도 회원들의 뜻을 존중해 다시 대정부 협의에 대해 의논해야 한다는 게 노 대표의 주장이다.

선택의원제가 이번 단식의 이슈가 된 이유도 의협의 안이한 태도가 한몫을 했다고 노 대표는 말한다.

"선택의원제를 위한 재교육은 결국 등록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떤 제도인지조차 모르는 의사들도 태반이라는 게 문제죠."

노환규 대표의 단식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대해 노 대표는 어떤 입장일까.

"이런 오해를 받을까봐 단식농성 전에 전의총 운영위와 상의를 했습니다. 물론 반대를 많이 하셨죠. 하지만 저 자신이 출마 의사가 전혀 없는데 오해가 두려워 할 일을 못할 수는 없었지요."

노 대표는 경만호 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사람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점점 투쟁의 수위를 올리며 이제부터 적극적인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분이라면 일반 의사이건 집행부이건 누구든 단식에 동참했으면 바랍니다."라는 것이 노 대표의 간절한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