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불능 간, 성공이식 했습니다

2011-07-15     newsmp@newsmp.com
고려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





▲ 김동식 교수는 타병원에서 사용불능 판정을 받은 간을 이식하는데 성공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5월 고려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에서는 '드라마틱' 한 사건이 있었다. 타 병원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버릴 뻔한 간조직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

당시 60세 조병임씨는 20년 가까이 B형 간염과 간경화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2009년 10월 간이식 대기자로 등록했으나 대기 기간 동안 심한 복수와 간성혼수, 복막염을 앓았으며 2010년에는 간암 진단을 받고 색전술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서울의 한 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자가 발생했고 그 기증자의 간은 급성 간부전으로 매우 위독한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제의 간이 조직 검사 결과 60% 이상의 지방간 변성을 보여 위독한 환자에게는 기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버려질 처지에 놓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간이식팀 김동식 교수는 간이 최상의 상태는 아니지만 허혈시간이나 수술시간 등을 잘 조절하면 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마침 수술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던 조병임씨가 간을 이식받게 됐다.

그런데 또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조씨의 간이식 대기순위가 10위였던 것. 따라서 이식을 위해서는 이미 이식을 포기한 1순위 환자 뿐 아니라 그 사이에 있는 모든 환자와 의료진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이 과정은 정윤희 코디네이터의 재빠른 처리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마치 의학드라마 같은 긴박함을 연출하며 무사히 이식을 마친 김동식 교수를 만나봤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간이식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아요."

세계적으로 가족적 유대가 유난히 강하다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주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지만 의외로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조병임씨 같은 경우는 남편 분이 이식을 해주겠다고 하셨는데 그 분은 이미 60세가 넘으셔서 기증을 할 수 없었죠. 생체기증에는 기증자의 안전을 더 중요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두 자녀는 B형간염 보균자여서 가족이식이 불가능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간이식에서는 기증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한다.

"일단 본인이 이식을 받아 생명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적극적이어야 하고, 여러 가지 적합성 판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또한 자녀가 기증하려고 하는데 부모가 한사코 만류하는 경우도 있어서 수술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한 일도 벌어지죠."

생체기증을 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의 절반은 기증을 하지 못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해부학적으로 이식이 불가능한 때이고 그 다음으로 지방간이 있다.

"기증을 하려고 왔는데 지방간 때문에 못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5월경에 찾아온 한 기증자의 경우에도 지방간이 심했는데 3개월동안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20%이상 있던 지방간이 거의 없어져서 온 적이 있습니다. 운동과 식사관리를 하면 지방간은 대부분 좋아져요."

하지만 간이식은 생체이식보다는 뇌사자 이식을 하는 편이 환자를 위해서는 좋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결과나 수술방법에서 여러가지로 유리합니다. 간의 전부를 이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이 쉽고 합병증도 낮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교문화 특성상 뇌사자 기증을 일종의 훼손이라 생각해서 생체이식 비율이 유독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상당히 우수한 생체이식 기술을 갖게 되었지만 가장 나은 대안은 역시 뇌사자 이식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경우처럼 장기를 세분화해서 이식하는 기술이 좀 더 발달하면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건강을 되찾아줄 수 있으리라고 김 교수는 내다본다.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 의료계의 미래는 좀 더 밝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