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학교 영상의학과 홍성숙 교수

2011-06-12     newsmp@newsmp.com
'사이버 나이프'가 무엇이냐고 일반인들에게 물으면 아마 열에 일곱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심지어 임상의사들에게도 사이버 나이프란 그리 친숙한 개념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특수 분야를 도맡아 연구하면서 임상의들에게 조언도 해주는 이들이 있다.

영상의학을 '닥터 오브 닥터'라고 부르는 순천향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홍성숙 교수(사진)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다. 특히 홍 교수는 최근 대한초음파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한 실력파 학자이다.

"사이버 나이프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요?"

보통 사람들이 아마 가장 궁금해할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차세대 치료방사선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되면 그 영역이 넓어 타깃으로 하는 종양 등 특정 부위에만 정확하게 조사하기가 어렵지요. 그 영역을 좁혀서 목표물인 종양에 맞추는 기술입니다. 나이프라는 용어는 사실은 상징적으로 쓰인 셈입니다."

아직 사이버 나이프라는 개념이 낯선 이유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오래 되지 않은 탓이라고 홍 교수는 설명한다.

"저희 순천향대학병원은 사이버 나이프를 도입한 지 3년째로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그래도 초창기 멤버에 속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환례를 보유하게 됐고 2010년 11월 말에는 북미 방사선 학회에서도 이름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영상의학과 중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다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사실 체력적으로 그렇게 힘든 부분은 없어요. 다만 극도의 섬세함을 요구합니다. 일단 CT로 정확한 종양의 위치를 잡고 금침을 삽입해야 하는데 금침을 넣는 이유는 복부 장기들이 호흡 때문에 20cm까지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이 과정에서 골치 아픈 점은 금침들이 1.5cm 이하로 붙어 있으면 로봇이 인식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두 개 삽입까지는 그래도 쉬운 편인데 3차원 면적을 계산해 세 번째 금침을 넣으려면 고도의 공간지각력이 필요합니다."

홍 교수가 초음파학회에서 수상한 구연도 금침 삽입 시술 전 초음파가 기술적인 실패를 예측할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초음파를 보면서 금침을 삽입하면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시술하기가 용이한데 미국에서 대부분 나온 논문들은 CT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지요. CT의 경우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 시술 시점이 격차가 있어 다소 어렵습니다. 제 논문은 금침 삽입에서의 복잡성을 예측하는데 초음파가 좀 더 용이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이었습니다."

이런 섬세함이 요구되다 보니 영상의학은 여의사들의 적성에 더 잘 맞는 경향이 있다고 홍 교수는 말한다. 애초에 홍 교수가 영상의학과를 택한 이유도 해부학 실습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살아 있는' 인체의 아름다움에 끌려서라고 한다.

"본과 4학년때였어요. CT와 초음파를 통해 살아 있는 인체의 이미지가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죠.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다 똑같은 사진이 아니냐고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하나하나 다른 점도 신기한 부분이에요."

사람의 몸 속 가장 깊은 곳을 관찰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와 직접 대할 일은 별로 없는 게 영상의학과 의사의 일이다. 이런 점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비록 환자와 마주하는 시간은 적지만 저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일을 합니다. 거의 모든 과와 컨퍼런스를 해야 하고 어떻게 치료해야 좋을지 임상 의사들에게 도움을 주지요. 이런 역할이 점점 중요시되는 추세다 보니 의학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영상의학과의 비중이 높습니다."

의사에게 컨설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닥터 오브 닥터'로서의 자부심. 이것이 홍성숙 교수가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갖는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