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정비안, 원칙대로 나아가야
2010-09-20 newsmp@newsmp.com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신형근 부회장, "기등재약 경제성 평가 지속해야"
보건복지부가 기등재약 목록정비안을 철회하고 일괄인하 방향으로 선회함에 따라 새로운 변경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신형근 부회장은 "선진국들도 경제성 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다"면서 "논란을 조정하는 것이 정책권자의 의무인데 오히려 이를 핑계로 정책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질타했다.
이어 경제성 평가 장기화 우려에 대해서는 "시범평가였던 고지혈증 치료제는 1년 10개월이 소요되었으나 본평가인 고혈압 치료제는 6개월로 짧아졌다"면서 "평가가 진행될수록 소요기간이 단축되고, 약제비 규모가 큰 약효군 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10여군 정도 진행하면 실질적 평가는 상당부분 완료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부가 제시하는 단기간 내 약제비 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겠지만 특허약 등의 약가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용량이 이동해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근시일 내에 약제비는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약제비적정화방안을 도입한 이유는 과다한 품목 등재로 인한 관리의 비효율 및 과당경쟁으로 제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라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통해 품목수를 줄임으로써 의약품 사용과 관리의 효율성을 증진하려는 것"이라며 "목록정비를 포기함으로써 약제비적정화방안의 애초 목적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시하는 재정절감효과 역시 근거가 없다는 것이 신 부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복지부는 총약제비 8632억원, 고혈압약만 1380억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제일 높은 가격, 높은 사용량, 사용량의 가파른 증가를 보이는 계열에서의 약가인하효과가 거의 없는 이번 변경안으로는 약품비 절감이 복지부 발표만큼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신 부회장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고혈압 치료제 가운데 청구금액 상위권은 차지하고 있는 ARB계열 제품 가운데 변경안을 통해 약가가 인하되는 품목은 전무했으며, 나머지 품목도 약가 인하폭이 1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그는 "무엇보다 복지부는 지난 고지혈증 시범사업 평가결과 건정심 의결 때 합의사항을 파기했다"고 질타했다.
당시 건정심에서는 △본 평가에서는 목록저입 취지대로 '약가 인하'가 아닌 '급여탈락'이라는 원칙을 고수 △분할인하 없음 △특허신약 경제성 평가 선 적용 후 특허만료 제네릭 진입시 추가분 후 인하 등 세가지 사항을 합의했으나 이번 일괄인하안은 이를 모두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 부회장은 "변경안은 그간의 복지부의 방침과 어긋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해 온 원칙을 파기할 만한 근거와 배경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괄인하안은 △근거가 부실하고 △근거자료에 대해 검증하고 논의하고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시간 및 충분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파행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예상절감액을 추계하기 위해 사용량자료를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 부회장의 주장이다.
이에 그는 "이 변경안은 약제비적정화방안의 포기선언"이라며 "약제비 절감, 궁극적으로는 급여확대라는 목표를 상실하는 제안"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우선 복지부는 약제비 절감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일부 품목의 약가 인하로는 사용량 이동 등으로 인해 약제비 절감 효과를 이루어낼 수 없으며, 신약 약가산정 시 기준이 되는 기등재약의 약가를 비용효과적으로 만들지 않고는 향후 약제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신약의 약가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등재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 부회장은 끝으로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중단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원칙대로 나가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