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법 이후에도 전공의 부담은 여전

이승우 전 대전협회장 기고...'과로사ㆍ폭력ㆍ모성보호 등 문제"

2019-11-01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법’이 시행된지 3년이 지났지만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이나 수련환경에서의 위험은 여전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전 회장(사진)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전공의법 시행 이후 3년, 젊은의사들의 수련현장은 어떻게 변했을까’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은 지난 2015년 제정했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전공의법은 수십년 간 방치되다시피한 전공의 수련환경의 열악함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해 전공의의 지위를 향상하고 환자 안전을 제고하자고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 이승우 전 대한정공의협의회장.

그러나 전공의법 시행 3년째인 현재에도 높은 미준수율을 보이고 있고, 현장에서의 고통과 혼란은 고스란히 전공의의 몫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이승우 전 회장의 설명이다.

이 전 회장은 “수련병원에서는 날이 갈수록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며 “전공의법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근무시간이 지나면 ID 접속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셧다운 제도’를 도입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2년부터 전공의법이 시행된 2016년까지 4년이란 시간이 있었지만 수련병원은 전공의법 시행 후 미칠 영향,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한 인력 공백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는 한편, 국가에 비용지원을 했어야 했다”며 “어떠한 지원도 없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는 전공의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대전협에서 시행한 ‘전국병원 수련환경 평가’의 응답결과에 의하면, 야간 당직 근무 시에 전공의 1명이 담당 환자 수는 평균 72명으로 조사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자 안전은 위협 받을 수밖에 없고 한 명의 전공의가 책임져야할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근무환경으로 인해 전공의들은 유사 연령대 타 직종 노동자들에 비해 4배 가량 높은 우울증과 자살사고를 경험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이는 의료 질의 저하 및 환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게 이 전 회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은 전공의들이 진료 최전선에서 폭력에도 시달리고 있다며 나아가서는 전공의 모성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문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응급실에서 주취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은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 환자로부터 흉기로 협박을 받는 일까지 있었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의료계 내에 여전히 교육 목적이라며 폭력을 사용하는 지도전문의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전협 활동을 하면서 접한 민원만 30여건이 넘었다”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인 만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전공의 폭행 및 성희롱 등 예방 및 관리 지침’이 제정·배포했고, 같은해 12월에는 국회에서 피해자 보호 및 지도전문의 자격 정지 내용을 골자로 한 전공의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 7월부터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전공의는 모성보호와 관련해서도 법적 보호를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출산휴가의 경우, 법적으로 명시된 90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11.3%에 달하고, 실제 출산휴가가 잘 지켜진다고 한 응담은 53.4%에 불과하는 등 모성보호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에서 대리수술로 환자가 사망하는 믿지 못할 일이 알려지는 등 이러한 추한 행태에 국민과 의사 모두 분개하고 있다”며 “만연해있는 불법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로 하여금 수술하고 처방하게 하는 것인데 의대생과 전공의, 후배들이 수련현장에서 이를 직접 보고 듣고 있어 더욱 비참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편법이 아닌 불법으로 현실에 만연해 있다는 이유로 불법을 제도화, 합법화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잘못됐다”며 “의사라면 원칙을 지키고 자정과 윤리교육을 통핸 자기 점검을 강화해야한다. 체계적인 전문가 규제를 통해 비윤리적인 의사들을 걸러 낼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승우 전 회장은 故신형록 전공의 사망 이후 ‘전국 전공의 대표자 대회’ 때 논의됐던 내용을 통해 열악한 수련환경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우선 각 전문과목 학회에서는 환자 안전과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고려해 수련환경평가 지표에 ‘전공의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정착, 확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수련환경 평가위원으로 직접 참여하고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수련병원 등에서 자정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