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반복된 진료실 의사 피습에 대책 마련 촉구

반의사 불벌 규정 폐지 요구...의료인 보호권 신설도 제안

2019-10-2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을지대병원에서 환자가 의료진을 흉기로 찔러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의료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강북삼성병원 故임세원 교수의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 전에 일어난 사태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24일 서울 노원경찰서는 을지대병원에서 자신을 진료했던 의사와 간호사를 찌른 살인미수 혐의로 50대 후반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A씨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병원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렸고, 이에 의사와 간호사가 말리자 가지고 있던 과도를 꺼내 이들에게 상해를 입혔다. 이로 인해 의사는 손과 팔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엄지손가락이 절단돼 병원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고, 또 다른 피해자인 석고기사 역시 팔뚝 부위에 부상을 당해 치료받고 있다.

해당 환자는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후 재활치료도 거부한 채 장애진단만 계속 요구해오다가 결국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해 패소하자, 해당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 국가적 홍보와 법제도 개선 시급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지난해에도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이 여러 차례 이슈화돼, 강력한 처벌 마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협회도 지속적으로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앞장서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정부는 의료인 폭행방지 대책 발표 및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TF를 구성했고, 국회에서는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의료법 개정안 및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의료인에 대한 폭력 근절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의료인 폭행 사건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법적․제도적 보완책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의협은 ▲사회안전망 보호차원으로 의료기관 내 폭행 등 강력범죄 근절법안 마련(반의사 불벌 규정 폐지, 의료인 보호권 신설 등),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 ▲보안인력 및 보안장비 배치에 대한 정부 비용지원 등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요건의 법제화가 반드시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국민들에게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 국민건강권을 위해 진료의사 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 관련 법적·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의료진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며, 중상을 입은 회원이 빠른 회복과 쾌유, 나아가 현업으로 복귀하기까지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외에 의사단체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는 한편, 엄중한 수사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이필수)는 “지난 연말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피습당해 사망한 임세원 교수 사건으로 인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준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진료실에서 환자에 의한 의사 피습사건이 발생했다”며 “미세 현미경수술을 하는 수부외과의사에게 수부의 손상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전남도의사회는 “산재적용 등이나 국가의 장애, 보험사의 진단서 문제 등으로 불만을 품고 의사에게 항의하는 환자가 많다”라며, “국가는 선심성 정책이나 복지정책에 필요한 진단이나 서류 업무를 환자나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진료현장의 의사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회는 “진료현장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위협받는 상황이 오더라도 진료를 거부할 권리가 법적으로 명시돼있지 않다”며, “의료진을 살해하고 폭행할 의도가 있는 환자까지 진료해야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전남도의사회는 의료현장의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폭력행사자의 가중처벌과 정당한 진료거부권을 법률에 명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남의사회는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실을 포함한 전체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폭언, 폭력상황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구속수사하고 중범죄로 명시해 가중 처벌해야 한다”며 “국가 복지나 산재 등에 필요한 판정과 절차는 일선 진료현장의 의료진에게 떠넘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도 “의료인에 대한 폭력사태는 이제 대한민국의 의료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의료인 폭행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결과적으로 응급실의 난동을, 진료실의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러한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 국민이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대개협은 “의료인 폭행에 대한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하고, 의료진 폭행에 대한 벌금형 솜방망이 처벌을 폐지하고 즉각 구속 수사해야한다”며 “의료진 폭행범에 대하여 건강보험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응급실을 특별 순찰지역으로 설정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대개협은 “의료에 대한 공정성이 없는 언론, 대중매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엄지손가락이 절단되어 향후 외과의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통탄할 노릇”이라고 밝혔다.

정형외과의사회는 “故임세원 교수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병원에서 보건의료인에 대한 폭력사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며 “의사들은 이제 환자가 위해를 가할까 무서워서 환자의 관상을 보면서 치료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의사회는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심신미약이나 주취 등 이라해도 관용없이 일벌백계 차원에서 처벌해야 하며, 단순 벌금형이 아닌 구속수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준해서 처벌해야 한다”며 “의료인에 대한 폭력 사건에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야 하고 의료인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응급실에만 국한할 것이 진료현장 전반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도 성명을 통해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며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신체 폭력 및 폭언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이러한 사건은 단순한 상해로 축소되어서는 아니되며,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상해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형외과학회는 “의료기관 내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넘어 진료현장 전반에서 적용돼야 하며, 의료인,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 외 의료기관 직원에 대한 폭력 역시 동일하게 처벌돼야 한다”며 “정부는 의료기관 내 의료진의 안전보장을 위한 시설과 인력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학회는 “의료인들에게 배상이나 보상을 목적으로 진단서 및 의무기록의 수정을 강요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해야 한다”며 “의료진은 최근 외래 진료에서 보험약관에 따른 장애진단이나 장애인 등록을 위한 진단서를 요구받는 일이 많다. 의사의 진단서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환경에서 이견에 따른 다툼의 소지가 항상 존재하고 있으며 이 현실이 의료진과 환자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회는 “의료진이 의학적인 지식과 양심에 따라 진단서와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이러한 기록에 대한 권리를 침범하는 어떠한 요구나 위해를 법으로 금해야 한다”며 “환자는 개인적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의사에게 의무기록과 진단서 내용을 수정하는 것을 요구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학회는 “장애진단서 발급과 관련한 현행 법령의 개정보완과 더불어 강화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새로운 제도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공정한 장해 판정이 될 수 있도록 학회 활동 활성화 및 가이드라인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도 “의료진에 대한 폭력에 관한 문제는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논의되었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해결에 대한 의지도 없었고 실질적인 대책도 내 놓지 못했다”며 “방송에서 노출되는 의료진 폭력은 정당화되거나 미화됐고, 현실에서 발생한 의료진 폭력에 대해서도 환자라는 이유로 처해지는 가벼운 처벌이 지금과 같은 의료진 피습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병협은 “특히 이 사건은 가해자가 칼이라는 폭력적 무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무고한 시민을 공격해 사회적인 공포와 충격을 줬다는 점에서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테러와 다르지 않다”며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며 재발 방지책을 반드시 만들어야할 중요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폭력사태를 계기로 의료인들의 양심적 진료권이 보장되는 법적 장치를 정부에게 절실히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도 “모든 진료실에서의 폭력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의사와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위해 의료인 폭행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 처리에 있어서 벌금형을 삭제하고 실형 원칙으로 하며 반의사 불벌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복지부는 의사에게 의료법상 진료거부금지의무를 강요하고 있다”며 “의사도 대한민국의 한 명의 국민으로 폭력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의사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진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이어, “의료기관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과 환자 의사의 안전을 위해 충분한 경비 인력 배치 및 경찰 비상 출동 시스템 구축 등을 포함한 종합적 진료실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국가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경외과의사회는 “의사가 환자에 대하는 진료채무는 환자의 치유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치유를 위해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춰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행하는 수단 채무”라며 “이러한 선의의 치료에 불구하고 치료 결과만을 가지고 의사에게 과실치상, 과실치사 등의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