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특사경보다 확실한 방법 절실"

박원규 부회장, 의료정책포럼 기고...지역의사회 경유 개업하도록 법제화

2019-09-10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건보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려는 이슈가 올해 초부터 의료계를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관 불법개설은 특사경보다 더 확실한 방법을 동원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구광역시의사회 박원규 부회장(사진)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특별사법경찰제도 도입 시도에 대한 제언’이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불법의료기관 규제를 위해 관련 법규 개정을 통한 의료기관 개설 시 절차를 강화하고, 의료생협 설립요건과 불법 관련자들 에 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 명의나 자격을 도용해 개설 자격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 2009년 6개 기관이 적발된 이래 2017년에는 253개가 적발됐고, 건보공단은 지난 9년간 불법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부당이익으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는 약 2조 863억 원에 달하지만, 납부의무자 중 70%가 무재산자로 인해 징수율은 불과 5.9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행정조사로 인한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사법경찰 직무법을 개정, 복지부 공무원과 건보공단을 포함한 관련 기관에 특별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내용의 특사경 제도 개정을 통해 불법개설 의료기기관에 대한 근절과 관리대책을 밝힌 바 있다.

건보공단 직원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자는 특사경 제도는 이전부터 계속됐던 이슈로, 올해 4월에는 임시국회에서 심의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

심사 보류됐지만 특사경 법안은 이후로도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고, 의협은 상임이사회에서 해당 개정안에 대해 논의한 후, ‘개정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박원규 부회장은 “불법의료기관은 근본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을 사전에 차단해 진입을 막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지난 2000년 이후 의료기관 개설과 그 주요 증가 유형을 살펴보면 국민의 평균수명 증가와 의료시장의 재편 등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 개설요건을 사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개설과 인·허가를 해줌으로 인해, 불법의료기관의 시장 진입이 용이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단속을 강화하고 환수금액을 늘려도 사무장병원이 증가하는 이유는 병·의원 개설이 너무 쉽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정부와 여론은 사후 처벌에만 관심을 가진다”며 “사무장병원의 확장을 막을 좋은 방안은 진입단계에서 근절하는 것 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사가 처음에 불법개설 의료기관인 것을 모르고 근무하다면 처벌 가능성이 낮지만 중간에 사무장 병원임을 알았다면 알게 된 시점부터 동업이 된다”며 “사무장병원의 단속 및 근절을 위해서 의사 등 내부자 신고가 필요하지만 면허 취소와 형사처벌의 가능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은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내부자고발을 활성화하고, 개설 단계부터 조기에 저지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무장병원 소속 의료인의 면허 취소 및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내용과 함께 자발적으로 신고한 면허대여자에 대한 환수처분을 면제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의료기관 개설시 시·도 의사회를 경유하는 내용을 추가해 사무장병원을 개설단계부터 저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박원규 부회장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해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거나 명의를 빌려줘 처벌받은 선·후배의사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환수금액은 물론 생활조차 어려워, 달콤한 속삭임에 속아 사무장병원에 근무하거나 명의를 대여해 주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명의대여 및 불법 사무장병원에 근무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단순하게 처벌강화와 징수금액을 높인다고 해서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사무장병원의 불법적인 개업을 막기는 한계가 있다는 게 박 부회장의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진입단계에서 근절하는 것으로, 행정기관에 의료기관 개설 신고 전, 의료기관 개설자 및 운영 관련 사항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시·도 지역의사회에 ‘의료기관 개설경유 제도’를 도입, 시행하는 것이 실효적인 방법”이라며 “의료기관 개설시 지역의사회를 경유하는 의료기관 개설 경유제도를 법제화하면 불법의료기관 개설을 보다 쉽고 확실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