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소원 이루기

2019-08-12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달팽이가 기어간다.

인기척에 놀라 머리까지 숨더니 껍데기에서 그것이 나왔다.

두 쌍의 더듬이로 안전을 확인한 후 먹이를 찾아 더디게 움직인다.

오래된 나무계단에 녀석이 나타난 것은 비가 온 직후였다.

아직 하늘은 흐리고 그쳤던 비가 언제 올지 모르는데 녀석의 나들이가 시작됐다.

가만히 지켜본다.

다리에 쥐가 나도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느린 것은 탓하기보다는 기다려주는 것이 예의다.

그래서 다시 주저앉았다.

숲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그때 문득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간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도저히 이루지 못할 불가능한 일을 하려 할 때 쓰는 말이다.

과연 그런가.

달팽이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달팽이가 지나가는 것을 꿈에서 봤다면 대박이 터진다.

바라던 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체없이 달려가자, 복권 판매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