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이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했다

2019-06-25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한참을 기다려도 어떤 소리도 감지해 내지 못했다. 소리의 주인공을 유추해 볼 만 한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너무 귀를 기울인 나머지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마침내 귓속에서 윙, 윙 하는 벌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벌이 왔나. 나는 그런 환청에 시달렸다.

그래도 귀를 세웠던 시간만큼 더 기다린 후에야 몸의 긴장을 풀었다. 손에 쥔 술병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깊게 들이 마신후 잔에 술을 천천히 따랐다.

그러는 와중에도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하고 곤두선 신경들이 일제히 텐트 밖으로 나가려고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그것은 소리 없는 몸짓으로 끝났다.

절대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정이라는 시간에 너무 신경을 쓴 것을 자책하면서 느긋하게 술 한잔을 마셨다. 목을 타고 목줄기를 거쳐 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생각을 그렇게 해서였는지 몰라도 목구멍을 넘어간 술이 폭포 떨어지듯이 아래로 내려간 것이 아니라 고인 오줌물이 마지 못해 흙을 적시는 정도로 느리게 움직였다.

자리에 누워 나는 랜턴을 찾았다. 어두워지기 전에 꺼내 놓은 랜턴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정도 였고 그것은 어디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여차하면 나는 그것을 들고 밖으로 내달릴지도 몰랐다. 급한 상황에서 그것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야 하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말똥말똥한 정신은 뇌의 활동을 멈추기보다는 더욱 왕성하게 만들었다. 일어난 나는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는 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나의 이상한 판단을 비판하면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

밤의 밖은 낮의 밖보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아래쪽에 아스라이 보이던 불빛들도 모두 꺼졌다. 하늘에는 인공빛이 닿지 않아 큰 별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은하수는 없었다. 어릴적 시골에서 보았던 쏟아지던 은하수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지금 보이는 하늘만도 충분히 감지덕지 했다.

언제 저 하늘마저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별이 하늘에 있지 않고 다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라질지도 모를 것을 실컷 구경이나 하자는 심산으로 나는 목이 아플 때까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고개보다는 허리가 아플 때쯤 나는 몸을 세웠다가 근처 바위에 걸터앉았다.

바위는 이슬을 맞았는지 낮의 열기를 모두 내려놓고 차가운 상태로 변해 있었다. 몸의 한기로 잠시 부르르 떨었던 나는 다시 텐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