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확인 못한 의료진 ‘과실’ 인정

서울고법, 1.8억 배상 판결...검사 부실 판단

2019-06-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환자에게 발생한 패혈증, 흉막염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의료진에게 과실이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변경, 피고는 원고들에게 1억 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인근 C정형외과의원을 찾아 통증을 호소하면서 수차례 프롤로주사 투약 및 소염진통제(타마돌주사 등)·소화제 등을 처방받았다.

A씨의 통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있어 B의료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 응급실에 내원, 의료진으로부터 흉부방사선검사, 전혈구검사, 간기능검사, 심전도 검사, 일반혈액검사 등을 받았다.

A씨는 의료진으로부터 근육통·연조직염 의심 진단 하에 정형외과로 입원 조치된 후 진통제 및 진통소염제를 주사 및 경구로 투약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입원 조치되고, 마지막으로 진통제를 투약 받은 이후, 사망했다. A씨의 흉부방사선검사는 불완전한 흡기 상태에서 촬영됐고, 그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일반혈액검사 결과는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 순차적으로 확인됐다.

A씨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오른쪽 흉강에서 삼출성 흉강액이 발견됐고, 오른쪽 폐 하염의 장측 흉막에서 넓은 범위의 화농성 염증 소견을 보였으며, 오른쪽 흉강의 벽측 흉막 및 횡격막에서도 화농성 염증 소견을 보인 것은 물론 혈액에서 미생물(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검출돼 ‘흉막염 및 이에 발병한 패혈증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했다.

흉막염이란 두 층의 흉막(녹막)에 둘러싸여 흉벽과 분리돼 있는 폐에 여러 원인으로 흉막에 발생하는 염증 질환을 말한다. 원인으로 폐렴, 결핵, 암에 의해 발병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밖에 류머티스 관절염, 전신성 홍반 낭창 등의 교원성 질환 등이 있다.

A씨 유족들은 B법인과 C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D씨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D씨에 대해 “A씨의 어깨에 주사하는 과정에서 세균 감염을 방지해야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함으로써 미생물에 감염, 흉막염이 발병하게 했다”며 “병세가 악화해 세균감염을 충분히 의심했어야 함에도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치료제인 항생제를 투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B법인에 대해선 “의료진은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병력과 신체검진 소면만으로도 충분히 A씨의 패혈증 증상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환자의 호흡수를 측정하지 않고 불완전 흡기 상태에서 흉부방사선촬영을 했다”며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하지도 않는 등 적절한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D씨에 대한 과실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C정형외과의원은 밀봉된 주사기 및 주사액을 사용해 오염된 주사기 사용에 따른 의료과실에 의해 흉막염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환자가 치료를 받을 당시 흉막염 내지 패혈증 등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설명을 하지 않은 과실을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B법인에 대해의료진의 진단·치료상의 과실을 인정했는데, “A씨가 119구급대를 통해 응급실에 내원할 정도의 상태였고 맥박수가 125회 였고, 1주일 전부터 전신 근육통이 생겼고 관절염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료진에게 전달했다”며 “맥박수가 빠르고 환자가 사망한 후 혈액검사 결과를 참고했을 때 환자의 상태가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환자의 병력과 검진 소견으로 패혈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했어야 함에도 소염진통제와 같은 약을 장기간 먹어 온 환자의 경우 열이 나지 않는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고려하지 않다”며 “A씨의 호흡수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데 확인하지 않았고, 응급실에서의 혈액검사가 응급(2시간 이내 확인)으로 이뤄지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흉부방사선검사가 환자의 호흡이 불완전할 때 시행했고 재촬영도 없이 불완전 상태에서 촬영한 결과를 근거로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의료진은 A씨에게 패혈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진단하지 못해 항생제 투여 등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과 B법인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의료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응급실로 긴급 이송된 A씨에 대해 필수 생체징후 중 하나인 호흡수를 반드시 측정해야함에도, A씨가 응급실에 내원한 이후 입원하고 사망하기까지 이를 전혀 측정하지 않았다”며 “흉부상사선검사를 함에 있어 불완전한 흡기상태에서 촬영해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었으므로, 이를 대체할 다른 진단방법을 강구했어야함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의료진은 응급실 내원 당시 이미 발생한 상태이던 A씨의 흉막염과 그에 병발한 패혈증을 미리 의심하고 진단할 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병력을 보이는 A씨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을 정확히 진찰하고 진담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방·회피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응급혈액검사, 호흡수 측정 등을 하지 않았다”며 “흉부방사선검사 또한 제대로 하지 않음에 따라, 내원 당시 이미 발생한 상태이던 흉막염과 패혈증을 진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해 사망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법인에서 응급의료기관이 아니고 응급실에 근무한 의사 또한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여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검사와 그에 따른 조치를 모두 수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응급혈액검사, 호흡수 측정, 흉부방사선검사 등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의로서도 충분히 실천 가능한 진단 수준에 해당한다”면서 주장을 배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