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격막탈장 환아 사망·안아키 한의사 ‘상고 기각’

대법원, 2심 판결 유지...응급의학과 의사 무죄 확정

2019-05-30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지난해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안아키 한의사와 횡격막탈장 환아 사망사건이 대법원에서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이 두 사건의 상고를 모두 기각,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30일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 원고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10월 횡격막탈장으로 내원한 환아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 가정의학과 전공의였던 C씨와 함께 기소, 1심에서 각각 금고 1년 6개월, 1년 등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다.

이들의 법정구속은 의료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는데,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에서는 의사들의 법정구속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진행하는 등, 투쟁에 적극 나섰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모두 파기하고, 응급의학과 의사 A씨에겐 무죄, 소아청소년과 의사 B씨에겐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40시간을, 가정의학과 전공의였던 C씨에겐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병원 내원 당시 피해자에게 발생한 횡격막탈장을 의심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기소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렸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의 이상소견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하거나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 B씨는 엑스레이 보고서, 진료기록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이상소견이 있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 C씨는 당시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추가 검사할 필요가 없는지 확인을 했어야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과실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피해자의 증상에 대해 추가 검사 진행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귀가시킨 것은 처치를 잘못했다는 의심을 들지만 응급실 내원 당시 피해자의 체온은 36.7도였고, 의식이 명료했다”며 “복부 통증 호소 외에는 통증 호소가 없었고, 흉부 X-ray 이상 소견은 보고서로 작성됐지만 A씨가 진료할 당시에는 참고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변비로 인한 증상에 대해 추적관찰을 위해 외래 방문할 것은 권하는 등,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응급실 내원 당시 피해자는 횡격막탈장 초기 증상으로 보이는 점과 X-ray 사진 결과는 외래 의료진에게 공개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판결은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무죄를 선고한 A씨와 달리 B씨와 C씨에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먼저 B씨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병원의 의료전달시스템 체계, 관리업체 담당자 진술, B씨의 응급실 진료기록 미확인사실, 임상의학분야에서 실천되는 의학수준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반복해서 복부통증 호소한 것에 대해 횡격막 탈장을 의심하지 못했더라도 추가 검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응급실 진료기록이나 영상의학과 보고서를 확인했다면 변비약 처방이 아닌 다른 처방을 했을 것”이라며 “분당차병원 조치가 사망에 이르기 보기 어렵고, 보호자나 환자에게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는 이상소견 밝히지 않은 점 등 피해자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C씨에 대해선 “응급실 내원 당시 피해자는 3차례나 진료를 받았고, 이상소견 밝힌 보고서도 있었지만 과거 진료기록 확인 안했다”며 “확인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가정에 비춰보면 업무상 과실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응급의료 특수성, 수련중인 전공의라는 사정을 고려해도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보호자가 변비약을 처방받았다는 사정을 이야기해 알고 있었음에도 변비처치만 했다”며 “뒤늦게 작성되긴 했지만 중앙대 영상의학과 전문의 소견에 비춰봤을 때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요청했다면 다른 조치가 됐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후,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C씨는 상고를 포기했고,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받은 B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지난 3월 소를 취하했다.

무죄가 선고된 A씨만 검사가 항소해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았는데, 대법원의 판단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었다.

A씨의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대법원 판결문을 입수 못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상고 기각됐다는 이야기는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는 의미”라며 “2심 판결은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의료상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으로, 이는 응급의학과의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검찰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엄격하게 주의의무가 있다고 상고를 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봐서 2심 판결이 합리적이고, 현실에 부합한다고 인정한 취지인 거 같다”며 “응급의학과 의사의 주의의무 수준을 현실적인 상황에서 판단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이번 판결로 의료계에서도 괜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판결 자체는 직접 진료한 의사와 교통정리를 해준 응급의학과 의사를 다루게 구분해서 본 것”이라며 “이번 판결 자체가 업무상과실 치사에 대한 모든 면죄부를 준 건 아니다. 다만 좀 더 앞으로 진료를 볼 때 내 환자로 올 때는 의사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법원은 식품위생법 위반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약품 제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의사 D씨, 일명 ‘안아키’ 한의사에 대해 상고들을 모두 기각,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D씨는 극단적 자연치유 육아법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운영자로, 지난 2월 대구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선고를 받았다.

D씨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410차례에 걸쳐 자신의 한의원과 안아키 카페에서 해독작용이 있다고 홍보하며 활성탄 숯가루를 개당 1만 4000원에 구입해 개당 2만 8000원에 489개를 판매하고, 2016년 4월부터 2017년 5월까지는 자택에서 창출·대황·귤피·신곡 등 9가지 한약재를 발효시킨 한방 소화제를 개당 3만 원에 549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 환경보건범죄전담부는 지난해 2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의약품 제조)’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A씨가 활성탄 등을 원료로 이용한 제품과 무허가 소화제를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D씨는 한의사로, 국민들을 설득할 때 전문가로서 이론적,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지,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 가지고 이론을 벗어나 이상한 치료를 해선 안 된다”며 “국민은 D씨 개인만 보는 게 아니라 한의사 자격증을 가진 모든 한의사를 본다. 본인이 이런 우려를 사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치료를 하겠다는 인식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법원의 결정은 당연한 것으로 보고, 정부는 의료계의 주장을 이익집단의 주장으로 보지말고, 국민의 건강차원에서도 엄격하게 결단할 것은 결단을 내려줘야한다고 본다”며 “그래야만 제대로된 의료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