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 단독법 발의에 의계 강력 반발

"이기주의에 영합" 주장...업무범위 확장 우려

2019-05-0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물리치료사 단독법’이 발의된 것에 대해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최근 성명을 통해 물리치료사 단독법에 대해 특정 직역의 이기주의에 영합하는 입장에서 논의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7일 의료기사법에 의해 위상과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물리치료사를 별도의 물리치료사법을 제정,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은 물리치료사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로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하에 행하는 물리치료 ▲물리치료 대상자에 대한 교육·상담 ▲건강증진을 위한 물리요법적 재활요양 ▲물리치료 관련 각종 검사와 기기·약품의 사용·관리 및 평가 등을 비롯해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물리치료 행위를 규정했다.

물리치료사 자격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산업대학·전문대학에서 물리치료학에 관한 학문을 전공하고 졸업한 사람 또는 외국의 물리치료사 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물리치료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자로 제한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리치료사에게 물리치료사 면허 외에 '전문물리치료사' 자격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물리치료사는 물리치료기록부를 갖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물리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서명·보존하도록 했다.

해당 법안이 발의되자 대한물리치료사협회(회장 이근희)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물리치료사협회 하종만 공보이사는 “물리치료 관련 재활의료 서비스와 보건 향상에 기여하고 국민 의료비와 장기요양 보험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양질의 법안으로 보건의료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와 의료기사제도의 기존 규율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면서 특정 직역만의 이익을 위한 포퓰리즘 법안으로 규정,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의료기사법에 의료기사의 종류 및 업무범위를 규정하면서 각 직역별로 구분되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전체를 통할해 규율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치료사만의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은 면허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의료법 및 의료기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다른 보건의료직역에까지 봇물처럼 단독법안 제정요구가 이어져 현행 의료법 체계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제정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 하에 수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물리치료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물리치료사로 하여금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 업무범위를 모호하게 해, 해석에 따라 언제든지 업무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협은 “국민건강을 최우선의 입법목적으로 하여 제·개정되어야 할 보건의료관계법령이 결코 특정 직역의 이기주의에 영합하는 입장에서 논의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의료기사중 물리치료사 단독법안을 위시한 직역 단독법안의 제정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역의사회도 ‘의료체계 근간을 무너뜨리는 물리치료사 단독법 발의는 철회돼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라남도의사회와 목포시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물리치료사법의 핵심 내용은 물리치료사의 물리치료 독점권한 부여 및 단독개원 허용, 그리고 의사의 ‘지도’를 ‘처방’으로 변경하면서 치과의사 및 한의사들에게도 처방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물리치료 관련 각종 검사 및 기기·약품의 사용·관리를 물리치료사 고유 업무로 정립하고 이들의 단독개원을 허용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의사회는 “결과적으로 환자는 의료기관과 물리치료기관을 왕래하는 불편을 겪게 될 것이며, 전체적인 보건비용과 환자 부담은 상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법에 의해 물리치료사가 처방을 받아 단독으로 물리치료를 수행하게 된다면 치료 도중 발생하는 위해 반응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곤란해질 것”이라며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약자와장애인을 대할수록 행위규범 및 직업윤리가 더욱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남의사회는 “최근 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단독법 추진에 이어 물리치료사 단독법까지 발의되면서 직능이기주의가 팽배되어 가는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결국 연달아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모든 의료기사들이 단독 개원을 요구할 것이고, 그 결과 현행 의료체계가 붕괴돼 국민 건강보호를 위한 의료 및 건강보험 시스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의료가 제대로 가기위해서는 전문가, 중등전문직, 기술직 등이 자신의 직업 범주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라남도의사회 회원 일동은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목포시의사회와 연대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가 한의사에게 침놓지 말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의료법에서 물리치료사 단독법을 분리하겠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문제 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의료기관에 속해있는 의료인들에 의해 의료행위가 일어나는 것이 고수해왔고, 의료법과 의료기사에 관한 법으로 닫아놓은 측면이 있다. 이것을 풀어줄 시기이냐는 것에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든 직역이 의료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의료정책에 대한 체계나 한정된 자원에서 한 방향으로 가야하는 의료정책적 통일성 등에 있어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물리치료사 단독법과 같은 법들이 만들어진다면 예전엔 의료법 하나만 검토하면 될 일을 이제는 양 법간의 상충되는 면이 없는지를 살펴봐야하고, 이것이 심해지면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