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행부, 투쟁의 실행과 소통 강화 사이
의협이 투쟁 방향은 정했다. 대화와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붉은 머리띠. 어깨에 두른 선명한 구호. 주먹을 말아쥐고 높이 올린 손. 금방이라도 거리로 뛰쳐나갈 것만 같다.
위원장을 맡은 삭발한 최대집 의협회장의 두 눈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다. 이른바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 발대식 장면이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의협 집행부는 투쟁의 구호를 높이 외치고 있다.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예고한 것이다. 강성 이미지를 내걸고 당선된 집행부인 만큼 이 같은 행위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무언가 일이 시작될 것 같은 기대감을 갖고 회원들은 지켜보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바로 잡겠다는 목표로 내건 의쟁투는 발대식 후 한 달여가 동안 워밍업을 하고 있다. 기회를 보면서 최적의 투쟁 시기를 조율 중이다.
발대식이 열렸다고 해서 바로 장외투쟁이나 휴진을 하는 것은 아니다. 회원들의 의사를 모아야 하고 모아진 의견을 수렴해서 최적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집행부가 할 일이다.
일부 성급한 회원들은 집행부가 너무 뜸을 들인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행스럽게 여기는 회원들도 적지 않게 있다.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들은 투쟁 말고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며 대화와 타협을 한번더 강조하고 있다.
투쟁보다 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이 방법을 최대집 집행부가 사용한다면 대정부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성과를 당장 낼 수는 없어도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것. 소신 진료를 가로막고 의사들을 억압하는 온갖 의료악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것. 장외투쟁이나 휴진이 가져올 역풍은 상상외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집 위원장이 신속히 구성한다고 공언한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 소통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최대집 집행부가 발대식을 계기로 투쟁과 소통강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