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 질 위한 제도가 간호인력 쏠림 원인

의협ㆍ지역병원협...등급제 개선·대기순번제 폐지 제안

2019-04-13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간호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제도가 간호인력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림현상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 살리기TFT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국회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함께 ‘간호인력 수급의 현실과 제도개선 방안에 관한 토론회-간호등급제에 의한 간호인력 편중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재학 재무이사는 ‘간호등급제로 인한 간호인력 편중, 중소병원의 현실과 대안’이란 발제를 통해 간호등급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이사는 “인구당 간호사비율이 높은 지역을 살펴보면 대체로 대형병원, 대학병원이 위치한 지역과 일치한다”며 “대학병원이 있는 군 단위는 대체로 열악했으며, 전남대화순병원이 위치한 화순군 등 극히 일부만 예외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간호등급제 1등급 병원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고, 간호사 비율은 대학병원의 존재와 유의하게 비례하고 있다”며 “근무중인 간호사가 많이 부족한 지역은 군단위 등의 도서지역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간호등급제의 본래 취지는 입원진료시 간호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해소하고 의료기관의 간호서비스 질 향상을 유도하고자 했지만 더 많은 간호사를 고용하려는 경쟁을 유발했고, 간호 인력이 대도시·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중소병원의 간호사가 이탈하고 있다”며 “현재 도서지역 병원 간호인력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으며, 가까운 미래에 지역의료가 해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곡지구에 이대서울병원이 1014병상, 은평성모병원이 808병상으로 개원했고, 용인 동백 세브란스병원이 755병상, 의정부 을지병원이 1234병상, 중앙대 광명병원이 1200병상으로 개원을 예정하고 있다”며 “이처럼 대학병원들이 몸집을 불리면서 간호인력을 포함한 의료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다. 대학병원의 확충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주로 수도권에 집중된 대학병원의 병상 증설은 공공성과 역행하며 도서지역 의료를 열악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호인력 편중 현상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보완 ▲상급종합병원의 신규 채용 간호사의 채용 대기 제도 폐지 ▲간호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수가체계의 개편 ▲지방병원, 중소 병원의 간호사 보조금 ▲야간 근무 부담 완화 및 처우 개선 ▲시간제 간호사 인력 산정 방식 개선 ▲간호대학의 확대 및 입학 정원 확대로 신규 간호사 배출 증가 ▲유후간호사 재취헙 교육센터 등 활성화 대책 ▲간호사 공공 수요의 완급 조절 등을 제안했다.

먼저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보완에 대해 “현재 7등급제인 간호등급제는 간호인력이 많을수록 수가를 가산하는 방식의 유인시스템으로, 인력의 한계라는 근본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등급을 간소화하고 가산급을 축소, 감산제 폐지와 함께 병상 수 기준을 환자수 기준으로 수정하는 걸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의료의 공공성 향상을 위한 요구이나 현재 간호 인력 상황을 고려해, 보자 유연하게 제도와 방법에 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간병인의 역할을 간호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재 인력 구조에서 합리적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상급종합병원이 간호사를 채용하면서 해마다 정원의 2~3배수를 선발해 대기제도를 운영하는데, 즉각 폐지를 제안한다”며 “대기 중인 간호사를 아르바이트 임시직으로 내몰고 중소병원에는 입사와 조기퇴사라는 2중고를 안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서지역 중소병원에 대해 인력 수급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임금과 무관한 단발성 보조금 지급, 가령 취직하고 일정기간 이상 고용이 유지되는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나, 임금과 연계된 지속적 보조급 지급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에 여력이 있다면 지역 거주민이 취직하는 경우 동일한 방식의 인센티브 지급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호대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간호인력 부족지역에 소재한 기존 대학을 우선 고려해 정원 배분을 추진하고, 타 전공 학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정원 외 편입학 활성화도 추진해야한다”며 “보건교사, 심평원이나 보건소 등과 같은 공공의 기관에 간호사 채용에 대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이들 수요는 눈에 보이는 정원 이외에 채용을 준비하는 인원까지 정원의 3~4배 정도의 간호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세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장성인 교수는 ‘현 보건의료정책과 간호인력 수급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란 발제를 통해 개선방안으로 간호직군의 연봉 수준이 향상돼야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장 교수는 “입원료 구조를 개편하고 간호관리료 수준을 현실화해 간호관리료를 개선, 이를 통해 간호직군 연봉 수준을 향상해야한다”며 “현재 입원료는 의학관리료 40%, 병원관릴료 35%, 간호관리료 25%로 되어있는데, 산정 구분이 무의미하고 적정 의료행태를 유도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학관리료는 환자에게 투입된 의학관리 자원량 비례반영하고 병원관리료는 병실·병동·입원수준에 따른 차등을 둬서 산정, 간호관리료는 병동별 간호인력 자원량 보상 수준을 고려해 입원료 구조를 개편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병동간호사 인력 인건비와 간호사 기여 행위 수익에 대한 원가를 분석하고, 간호관리료에 병동의 간호사 기여행위 수익이 최소 인건비의 100%가 되도록 기준을 산정, 인력 재분포 목표량에 따른 간호관리료 기준료를 향상 시켜 간호관리료를 현실화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도 수도권으로의 간호인력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상운 의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붕괴됐다”며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빅5는 별도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상급종합병원 내에서도 지역화, 서열화가 급속화됐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의료비 증가 부분만 해도 상급종합병원은 2016년도 2017년 비교해서 5.5% 올라갔다. 2017년과는 6.24% 올라갔고, 2018년도 4분의 3분기는 20% 증가된다”며 “최근 2년간 간호차등제, 수술방 관리료, 환자질가산료 등 여러 가산제도가 시행했는데, 환자당 간호사 수로 모든 질 가산이 이뤄진다. 이러다보니 간호인력이 상상 이상으로 편중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존스홉킨스 병원은 1100병상정도인데 아산병원은 2700병상이다. 커진다고 나빠지는 게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골고루 치료 받을 수 있는, 지역에서 치료 받고 자신의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이게 스킵이 돼서 전라남도에서도 아산병원으로 와야 하는 정책적 기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단국대 의과대학 박형욱 교수는 “문재인 케어와 같은 건강보험 보장성 대책이 시작되면 국민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기 때문에 더 좋은 병원에 가려고 할 것”이라며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시행하려면 환자 쏠림 현상을 막을 대책이 전제돼야한다. 문 케어가 시행될 때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기전을 만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많은 보건의료정책이 상급종병 위주로 가고 있다”며 “하나하나 그럴 듯한데, 모이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상급종병, 종병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10만명이 넘지만 병원, 요양병원은 6만명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간호계 전반적 이해와 상급종병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이라며 “간호사들이 서울로 이직하는 부분은 지역과 서울의 여러 격차 등을 생각하면 건보제도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실질적으로 지방환자에 대한 차별적 효과를 나타내는 정책은 수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손호준 과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대안 등에 대해 새겨듣겠다고 밝혔다.

손 과장은 “문제의식이 전반적으로 공유되고 있고, 이 문제에 공감한다. 정부에서도 내부적으로 고민·검토하고 있다”며 “어려운 이유가 단순히 수급불균형 문제가 아니라 수요에 대한 부분, 지역·직역·종별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정부에서 간호인력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는 근무환경, 처우개선을 통해서 면허 가진 분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수급을 조금 더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부분들이 마련됐다”며 “간호등급제 기준 변화도 일부 있었다.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각종 가이드라인,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인력 부분을 담당하기 위해 간호정책TF를 만들었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하고 있고, 교육전담간호사·야간전담간호사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예산의 작업을 하고 있다”며 “최근 국회에서 보건인력 지원법이 제정됐고, 정부는 3년에 한 번씩 실태조사, 5년에 한번 종합대책을 만들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손 과장은 “병상수를 환자수로 개선하는 식이 있었고, 만들어진 이후에 의료체계 하에서 지역에선 역효과를 나고 있다는 발제는 우리가 새겨서 듣겠다”며 “3차 상대가치개편안에 간호관리료 개편은 그때 포함될 거라고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손호준 과장은 “대기순번제는 대형병원들도 나름대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있다”며 “다만 덜 파괴적이게, 같이 살 수 있도록 개선해야한다는 인식에는 동의해 협의하고 있다. 완벽하게 해결되긴 어려울 수 있어 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과장은 “이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재정과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며 “재정은 정부에서 노력하겠다. 직역·지역·종별 등의 이해관계는 현장에 있는 분들이 도와줘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