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꾼과 선거꾼
2005-10-30 의약뉴스
연세대학교 윤방부 교수가 어렵게 따낸 某당의 공천권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공천을 못 받은 정치인들이 팽(烹) 당했다며 탈당 후 당적 변경과 신당 창당에 열을 올리는 작금에 미담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의 某 지구당 위원장 낙하산 공천을 마다한 최동호 방송인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년 동안 착실하게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해 온 지구당 위원장을 온갖 모사를 꾸며 제거시키고 제 혼자 애국자이고 지역의 일꾼 인양 거들먹거리는 꼴불견도 있다. 그런 후보가 당선된다면 지역 주민을 위해 일하기 보다 공천을 하사(?)한 윗사람 눈치를 보며 아부하기에 더 급급할 것이 뻔한 일이다.
이래서 고교생조차 정치인을 존경하기보다 거짓말쟁이, 중상 모략가, 배신자로 몰아붙이는가 보다.
정치 신인들에게 좌절을 안겨 주므로 써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는 정치꾼과 선거꾼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신같이 훌륭한 인물이 영입되어야 우리 당의 권위가 올라가고, 의회에 입성해야 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정치 물정에 어두운 인사에게 접근한 정치꾼들은 정치 신인들을 나무 위에 올려놓은 후 특별 당비라는 미명 하에 공천 자금을 공공연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치꾼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들은 다르겠거니 믿었던 정치 신인들은 믿는 도끼에 두 번 발등을 찍히게 된다. 소수의 선거꾼들 때문이다.
정치 신인들은 호감을 품은 듯 미소를 지으며 접근하는 선거꾼들을 무보수 자원 봉사자로 착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다. 선거꾼들에게 크고 작은 선거법의 꼬투리를 잡힌 정치 신인들은 선거가 끝난 후까지 그들의 요구대로 응해 주어야 하는 꼭두각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낙선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대성통곡을 하며 지내던 某 후보는 자신의 선거 운동원으로부터 보수를 적게 주었다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 낙선의 쓰라린 상처를 위로해 주지는 못할 망정 어떻게 법정 한도액 외 보너스를 더 달라고 할 수 있느냐는 눈물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 운동원은 ‘낙선된 것은 댁의 사정이 아니냐?’ 는 한마디로 매정하게 칼질을 했다고 한다.
그 정치 신인은 값비싼 대가를 치른 덕분에 정치꾼과 선거꾼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표소에서 자신을 찍어 주었는지는 자식도 부인도 믿을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某 후보가 우스개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표를 몰아 주겠다 거나 소속 단체 회원들의 몰 표를 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하는 선거꾼들은 대동강물을 팔아먹는 봉이 김선달과 다를 바가 없다.
후보들마다 좇아 다니며 식사를 얻어먹는 유권자들! 남편들이 얻어먹었으니 부인들에게도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유권자 부부들! 후보자마다 연줄을 맺고 양다리 작전을 펴는 선거꾼들!
선거꾼은 후보의 자질과 정책 대안은 아랑곳없이 많은 보수를 주는 입후보자를 좇아 다닌다. 하지만 진정한 유권자는 ‘부탁한다’는 후보자의 말에 ‘오히려 우리가 고개 숙여 부탁해야 할 입장’이라며 격려를 한다.
요즘, 지역의 각종 회의에 불참한 채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관심조차 없이 뱃지만 달고 다니며 제 앞가림하기에 급급했던 일부 의원들이 차기 공천과 내천을 노리며 열심히 선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정치꾼과 선거꾼의 양면을 갖춘 작태가 아닐까?
금전을 요구하는 정치꾼과 선거꾼을 엄벌하고 투표권조차 박탈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할 것이다.
김사연 ( 인천시약사회장,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