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vs92% ±남성, HPV백신 복잡한 셈범
9가 백신ㆍ남아 NIP 화두...“비용대비 효과성 고려해야”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의 커버리지가 넓어지면서 다양한 화두를 낳고 있다.
HPV 백신은 출시 초기 자궁경부암에 초점을 맞춰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으로 불렸지만, 외음부암과 질암, 항문암, 생식기사마귀, 구강암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HPV 백신으로 통용되고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을 예방한다는 의미로, 여성을 위한 백신에서 성별을 가리지 않는 백신으로 변모한 셈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HPV 백신이 젠더 갈등까지 유발하고 있다. HPV 백신 관련 기사에는 감염 경로와 접종 책임(?)을 두고 난타전을 벌이는 댓글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는 필수 접종 대상을 여아로 한정한 것을 두고 HPV 감염 예방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구강암이나 항문암처럼 남성에게서도 암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음에도 여성에게만 무료 접종의 혜택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백신보다 예방범위가 확대된 9가 백신이 이른바 프리미엄 백신이라는 네이밍으로 등장, HPV 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 자녀를 둔 부모들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추가 예방효과를 위해 비싼 비용을 들여 9가 백신을 접종해야 할지, 정부에서 지원하는 2가, 혹은 4가 백신으로 안심해도 될지, 쉽지 않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로 인해 HPV 백신의 NIP 사업에 남아를 포함하고, 나아가 9가 백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9가 HPV 백신 가다실9을 공급하고 있는 한국MSD는 27일 HPV 바이러스로 인한 국내 질병 부담과 9가 백신의 가치를 조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자간담회의 요지는 가다실9이 기존 백신보다 혈청형이 추가된 만큼 예방범위도 넓어졌고, 이를 통해 예방 가능한 질환을 고려하면 NIP에 포함할 만큼 비용효과적일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군집면역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나 남성에서 발생하는 HPV 감염 관련 질환 예방을 위해 NIP에 남아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9가 백신을, 또 남아를 NIP에 포함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
9가 백신의 NIP 도입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정부에서 추진한다면 사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자궁경부암 예방범위, 4가 백신 70% vs 9가 백신은 92%
동일한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은 흔히 혈청형 가짓수, 이른바 커버리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백신공급사들이 저마다 다양한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우지만, 대부분은 커버리지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혈청형이 깡패’라는 속설이 나오는 이유다.
굳이 데이터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혈청형이 추가된 새로운 백신은 개발 과정에서 기존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에 대해 비열등성을 입증한 상태에서 새로운 혈청형에 대한 예방효과를 추가로 입증하기 때문에, 혈청형이 추가된 백신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실제 예방효과나 지속성 등으로 인해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동일한 백신에서 혈청형이 추가됐다면 혈청형 가짓수는 가장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실제로 9가 백신의 기대 예방효과가 기존의 4가 백신(가다실)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아산병원 김영탁 교수는 지난 1월 국제인유두종바이러스협회(International Papillomavirus Society, IPVS) 인유두종 리서치(Papillomavirus Research) 저널에 게재된 ‘한국인 대상 HPV의 질환 부담과 유형별 빈도 조사’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 국내 자궁경부암에서 HPV 백신의 잠재적인 영향을 보았을 때 HPV 16형, 18형의 기여도가 70%정도였고, HPV 16형,18형을 비롯해 HPV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 감염을 포함한 기여도를 예측했을 때에는 약 92%까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4가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을 통해 추가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이 약 20%p 정도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인체의 면역기능을 넘어 질병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지속적인 감염’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데, 가다실9 허가임상의 아시아인 대상 추적관찰 결과, 9가 백신에서의 지속감염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허가사항 상 지속감염에 대한 적응증은 2가 백신인 서바릭스와 9가 백신인 가다실9에만 포함되어 있으며, 4가 백시인 가다실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2ㆍ4가 무료백신 vs 40~60만원 프리미엄 9가 백신
가다실9은 국내 출시 당시 프리미엄 백신으로 표현됐다. 기존의 HPV 백신들에 비해 보다 폭넓은 커버리지를 가진, 조금 더 비싼 백신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기존의 2, 4가 백신들이 NIP 대상이 되면서 가다실9과의 접종비 차이는 ‘조금’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 아동에서는 2, 4가 백신이 무료인 반면, 9가 백신은 약 40만원(회당 20만원, 만9~14세는 2회 접종)의 개인비용이 소요되기 떄문이다.
2회 접종 대상 연령이 지나면 접종해야 하는 횟수가 3회로 늘어 비용은 60만원까지 늘어난다.
20%p의 예방효과 차이를 두고 무료로 제공되는 백신을 접종할지, 만만치 않은 비용을 투자해 9가 백신을 접종해야 할지, 혹은 4가 백신 접종 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지, 나아가 언제일지 모를 9가 백신의 NIP 도입을 기다려야 할지 만만치 않은 선택은 NIP대상 아동과 부모의 몫이다.
복잡한 상황에 일단 4가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추후 9가 백신을 접종해 20%p의 이득을 얻겠다 한들 접종비용면에서 별다른 이득이 없다.
현재로서는 4가 백신을 접종했다 하더라도 9가 백신에 더해진 추가 5가지 혈청형의 혜택을 얻으려면 기존대로 2~3회의 접종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9가 백신의 NIP 도입을 기다릴 수 없다면, 현재 가능한 선택은 무료 2, 4가 백신과 고가의 9가 백신 두 가지 뿐이다.
이와 관련, MSD 글로벌 메디컬 디렉터 곤잘로 페레즈 박사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한 HPV 백신의 이상적인 접종 시기는 첫 성경험 전”이라며 “언제쯤 9가 백신이 NIP에 포함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느정도 예방 가능한 4가를 접종할지, 9가를 기다릴지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라고 피력했다.
◇남아 대상 HPV 백신 NIP, 의무? 권리?
현재 인터넷 상에서는 남아를 대상으로 한 HPV 백신의 NIP도 뜨거운 화두다.
특히 HPV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암의 발병 과정에 다자간 성관계, 동성애, 구강성교 등 사회적 인식이 좋지 못한 경우들이 엮여 있어 온라인 상에서는 감염원을 두고 젠더 갈등의 양상까지 엿보이고 있다.
현재 여아만 포함된 NIP사업에 남성을 포함, HPV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여성에만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특혜라며 남성에게도 예방접종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찌됐든 남성 역시 HPV백신 NIP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페레즈 박사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남성에 대한 국가 주도 HPV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군집면역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80%이상이 예방접종을 마쳐야 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여성에게만 백신을 접종해서는 HPV 감염을 지속적으로 예방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