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들은 더 열심히 치우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2019-03-21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어느 날 남편은 바다 청소를 하면서 커다란 죽은 물고기를 발견했다.

죽은 물고기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그날 본 것은 다른 물고기와는 달랐다. 우선 크기부터가 그랬다. 이것은 아마도 상어이거나 고래 정도일 것이다.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고래였다. 남편은 요즘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고래의 일종인 상괭이가 아닌가 의심했다.

그래서 잠시 일손을 멈추고 핸드폰을 뒤져 죽은시체와 신문 속의 사진을 비교해 보았다. 예상대로 상괭이가 맞았다.

신문에는 지금까지 해안가에서 발견된 것이 모두 398개체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로 399번째인가. 남편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체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죽은 지 오래되지 않아서 냄새도 나지 않고 주변에 몰려든 동료들이 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아 그도 잠시 그렇게 죽은 자빠진 커다란 동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배를 한번 갈라보자고 제의했다. 동의나 반대를 구하는 행위는 아니었다. 그 말을 하면서 그는 칼을 꺼내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워낙 커서 배의 내용물을 살펴볼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칼은 작았고 고기의 배는 길었다. 한 참 후에 그가 두 손으로 배를 벌렸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오른손을 고기의 안쪽으로 집어넣어 안쪽에 있던 내용물을 꺼냈다.

모두 예상한 일이었다. 뱃속에는 플라스틱이 한가득이었다. 장의 일부를 뚫고 그것은 밖으로 나와 있기도 했고 창자 속을 따라 구불구불 말려 있는 것도 있었다.

이것을 먹이로 먹고도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람들은 한동안 할 말을 잇지 못했다. 신문에서 죽은 물고기의 사체에서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현실은 들은 것과는 크게 달랐다.

청소부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상괭이의 죽음이 자신들의 책임이라도 되는 양 숙연해 졌다. 그들은 사진을 찍었다. 남편은 그 사진을 신문사의 아는 기자에게 보냈다.

이 사체는 신고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수산청에 전화로 보고했다.

그리고 사체를 치우는 대신 밀물까지 시간이 있었으므로 공무원이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배를 가른 것이 잘못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만 고래 종류 등을 발견할 경우 연락해 달라는 협조 요청만 받은 상태였으므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여겼다. 그들은 플라스틱 조각을 들여다보면서 청소 도구를 챙겼다.

더 열심히 청소하지 못한 것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는 바다 오염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뛰다시피 하면서 넘쳐나는 해변가 쓰레기를 자루에 담기 시작했다.

남편은 생각했다. 이것은 역부족이다. 치우는 것만으로는 플라스틱의 공포를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출을 줄여야 했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 무자비하게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 우리나라만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는 사실이었고 일부는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내놓는 양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외국의 어느 신문은 일 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로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남편은 이제 절대자가 나타나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없이는 이 상황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그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휴가를 내기로 했고 다음 달 3일간의 휴가를 얻었다. 그는 절대자를 만나 플라스틱 문제를 그에게 해결해 줄을 요청할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