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 단순 판매상 전락” 눈총
외자사 공장 10여곳 불과…감축·철수등 잇달아
2005-10-24 의약뉴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단순 영업본부로 전락했다는 업계의 차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는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에 비해, 실제 국내에 생산설비를 갖춘 곳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곳은 한독약품, 한국화이자 등 전체 29곳 가운데 1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연구시설을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와 관련 식약청 관계자는 “현재 식약청 차원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생산설비 존재여부에 대해 집계된 자료는 없다”면서 “한국화이자, 한독약품 등 몇 곳을 제외하면 국내에 생산 공장을 갖춘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생산규모를 줄이거나 생산시설을 철수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실적 100대 기업에 든 다국적 제약사 12개사 가운데 41.7%인 5개사가 전년(2003년)에 비해 생산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0대 기업에 든 국내 제약사 88곳 중 생산실적이 줄어든 기업이 12.5%인 11개사에 불과한 것과 비교되는 것.
특히 올해 들어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의 생산 감축은 공장 철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신전문 업체인 한국와이어스가 지난 3월 인건비 등을 이유로 군포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한국릴리도 같은 달 화성공장을 대웅화학에 넘겼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지난 6월 안산 항생제 공장을 화일약품에 매각했다.
이같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생산시설 감축과 공장철수는 인건비 상승과 노사갈등 증가 등으로 국내에서의 생산 매력이 상실된데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외자사들이 최근 생산시설을 감축, 철수하는 등 국내 시장을 단순히 판매시장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인건비, 노사갈등, 세제지원 등 국내 생산시설 유지, 확충과 관련, 거의 매력을 못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다른 제약사들도 이에 상당 부분 공감,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해 향후 생산 감소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자사들은 솔직히 제약(製藥)사라기보다는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한 영업본부로 불러야 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