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 VS 협진’ 辯, 사기죄 입증 가능성은

증언 내용 불일치·번복 등 신빙성 떨어져…대리수술 했어도 병원 수익 도움 안 돼

2018-12-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지난 2016년부터 시작돼 만 2년간 재판을 받아온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공판이 드디어 막바지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2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그랜드성형외과 대표원장 A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에게 징역 2년,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내년 1월 10일 판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담당 검사만 6번이 바뀌었고 재판부도 수차례 바뀐 유령수술 공판, 지난 2년여간 재판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은 무엇이 있을까? 기소된 죄명은 총 3가지, 사기죄, 의료법위반,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각 혐의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간의 쟁점 사안을 살펴봤다.

◆변호사, 사기죄 입증 불충분…의사들 진술 엇갈려 신빙성 낮다
유령수술 공판 중 가장 중요한 혐의인 ‘사기죄’에 있어서 변호사는 입증이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리수술을 증언한 의사들의 진술이 수사기관, 법정 증언이 모두 엇갈려 신빙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A씨의 기본 입장은 대리수술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고, 병원에는 대리수술을 위한 시스템이 없으며, 대리수술을 해야할 동기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먼저 변호사는 상담의사 B씨를 비롯한 의사들이 제시한 수술내역 파일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변호사는 “상담의사 B씨 등은 고발 당시 수술내역 파일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김선웅 전 법제이사에게 넘겼는데, 김 전 이사는 고발 당시 수술내역 파일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피해자와 피해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면서 사기죄 고발을 취하한 적이 있다”며 “고발 취하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는데, 단순히 경찰관이 사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의 전부”라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는 “이후 김 전 이사는 피해자가 특정됐다며 다른 수사관을 통해 고발을 진행하면서도 수술내역 파일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처럼 유력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상담의사 B씨도 어느 환자에 대해 자신이 상담했지만 수술을 했는지 모른다고 진술했는데, 수술내역 파일만 확인하면 될 일을 기억 못한다고 하는 건 파일에 대리수술 여부가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리수술 숫자 환자는 각자 수술내역 파일만 보고 세기만 되기 때문에 구체적이어야하지만 수술내역을 작성한 의사 본인들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며 “김선웅 전 법제이사의 진술은 더욱 일관성이 없는데, 처음에는 의사 2명에게 넘겨진 자료에 250여명의 피해자가 있다고 하다가, 코수술 대리수술 287명, 윤곽수술 대리수술 45명 명단을 제출했다. 이 후엔 대리수술 환자가 28명이라는 명단을 제출했다가 13명은 B씨가 직접 수술했다고 정정했는데 어느 경우에도 숫자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는 상담의사 B씨의 진술에 대해 “경찰수사 당시 A씨의 강요에 의해 진료계약서를 작성했다라고 진술했는데, 법정에서는 A씨와 체결하지 않았고, 체결 당시에는 대리수술이라는 것도 모르고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B씨는 수사기관에선 A씨가 지시를 따르지 않는 봉직의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서 대리수술을 강요했다고 진술했는데, 법정에서는 자신도 그런 욕설을 들은 바 없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리수술을 하려면 대리수술 동안 다른 환자를 상담하거나 해서 최대한 효율을 높여야하고, 상담의사가 수술장에 들어가는 걸 피해야한다”며 “B씨는 본인이 수술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 것이 대리수술 지시 때문이 아니라 뒤에서 보고 물어보는 것이 스스로 부끄럽다고 여겼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스스로 안들어갔다는 것이지 대리수술 지시 때문이 아니라는 진술”이라고 강조했다.

또 변호사는 여고생을 사망케한 성형외과 의사 D씨의 진술에 대해 “D씨는 이미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A씨는 해당 소송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사망한 여고생 환자가 대리수술과 무관한 환자임에도 대리수술로 인해 사망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진술하다가 법정에서는 여고생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모르겠다며 진술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 의사 C씨의 진술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변호사의 주장이다. 변호사는 “수술 스케줄표가 왜 대리수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딱 부러지게 설명하는 의사들이 한 명도 없다”며 “C씨는 수술 스케줄표에 기재된 수술 중에 성형외과 의사가 하고 싶은 것은 안 하고, 수술 스케줄이 안 맞으면 안했다는 등 여러 이유로 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변호사는 “이처럼 상담·수술 의사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진술을 수사기관에선 아무렇지 않게 하고, 법정에서는 기억 안 난다고 했다”며 “공소사실에 의하면 이들 모두 공범이지만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의 악의적인 진술로 A씨만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파렴치범으로 언론에 매도당하고 있다”며 “정작 법정에 와서는 모른다고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진술이 증거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리수술 공모지시 같은 건 없었다
변호사의 또 다른 주장은 대리수술 공모지시도 없었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대리수술을 지시한 방법에 대해서도 의사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D씨는 CRM을 통하거나 A씨가 의국에 와서 지시했다고 진술했고, B씨는 CRM을 통해 지시했고, A씨가 원장실로 봉직의들을 불러 지시했다고 했으며, C씨는 공지사항이 출력돼 책상마다 놓여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같은 병원 내에서 대리수술에 대한 지시 감독이 엇갈린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며 “대리수술이라는 것이 가급적 증거를 남기지 않는 속성에 비춰보면 CRM이든, 공지사항이든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서 대리수술을 지시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대리수술 지시 내용과 관련해서도 일관성이 없는데, C씨는 수사기관에선 대리수술 공지사항을 직접 본 것처럼 진술했음에도, 법정에선 공지사항에 대리수술이란 부분이 정확히 기재된 부분에 대해선 말을 흐렸다”고 지적했다.

대리수술이라는 시스템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사전에 의사타진을 하지 않으면 내부제보로 발각될 수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변호사는 “증거기록 어디를 봐도 A씨가 사전에 봉직의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진술이 없다”며 “C씨의 진술을 보면 입사 후 3개월이 지난 후에 공지사항이 돌면서 갑자기 대리수술이 시행됐다고 했는데, 이는 A씨에 의한 일방적인 대리수술이 가능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사 동의 없이 일방적인 지시로 대리수술이 진행될 수 없는데, 의사는 전문성으로 이직이 용이한 전문가 집단”이라며 “A씨의 부산점 근무 지시가 싫다면서 두 명의 의사가 스스로 퇴사하는 것처럼, 이런 의사들에게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대리수술을 지시한다고 해서 지시에 따랐다는 건 상식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C씨의 진술을 보면 코수술에 대해 어떤 환자를 어떻게 수술할 것인지 조차 엉성해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볼 수 없다”며 “C씨의 진술에 의하면 코수술 대리수술 환자는 무작위로 한 건씩 넘기다가 나중에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성향에 따라 자기가 하기도 하고 넘기기도 한다는 등 아무런 원칙없이 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엉성한 대리수술 시스템이 가능하긴 한 건지, 이런 대리수술을 통해 A씨가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게 변호사의 설명이다.

변호사는 “대리수술이 시스템적으로 구축이 되려면  첫 번째로 사전에 대리수술 참여할 의사의 동의를 얻어야하고, 두 번째는 대리수술에 참여한 의사에게 이익이 제공돼야한다”며 “세 번째는 대리수술을 위한 효율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고, 네 번째는 병원 수익 향상에 기여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는 “A씨의 병원은 봉직의들의 사전의사 타진 절차가 없었고, 증거기록 어디에도 대리수술 의사들이 대가를 얻었다는 자료가 없다”며 “대리수술 환자 선정 기준, 구체적인 방침도 없다. 코수술, 윤곽수술 등 대리수술이 병원 수익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따라서 대리수술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윤추구? 오히려 손해 보는 구조였다
검찰이 이윤추구를 위해 대리수술을 했다고 주장한 것에 반해 변호사는 대리수술이 있었다고 해도 A씨의 병원 구조상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는 “수술을 담당한 비성형외과 의사의 급여가 상담한 성형외과 의사보다 높아서 비용절감 효과가 없었다”며 “비성형외과 의사를 고용한 이유는 수술 완성도 제고를 위한 것으로 비용절감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는 “코수술의 경우, C씨는 월 1200만원의 급여를 받았지만 상담의사인 B, D씨는 이보다 적거나 같은 급여를 받았다”며 “윤곽수술의 경우 수술했다는 구강외과 의사들의 급여도 상담의사인 B씨보다 많았다. 비성형외과 의사를 고용했다고 해서 비용절감 효과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그는 “경력을 비교해 봐도 C씨의 경우, 이비인후과 전문의일 뿐만 아니라 예일대 성형외과를 장기 연수하는 등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상담의사인 D씨는 전문의를 따고 바로 그랜드에 입사해서 참관하면서 술기부터 배워야하는 초보”라며 “비성형외과 의사들은 전문 술기를 가지고 있는 이비인후과, 구강외과 전문의로서 상담의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고용한 이유는 수술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함이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는 비성형외과 의사들이 수술에 참여한 건 어디까지나 ‘협진’이라는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사는 “A씨의 병원은 초임자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참관 및 교육기간을 두고 있다. 의사의 숙련도 올라가면 코, 가슴, 윤곽수술 등의 순서로 상담 및 수술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뒀다”며 “A씨의 병원 윤곽센터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기간 동안 수술건수가 구강외과 3명과 마취과 의사를 상주시키며 하나의 윤곽수술에 여러 의사가 참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A씨의 병원에서 가장 바쁜 의사인 E씨의 경우, C씨가 대리수술하지 않았다는 점은 둘의 진술이 일치하다. 이는 공소사실과 정 반대”라며 “B씨는 병원 근무 당시 윤곽수술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구강외과 의사 중 하나는 B씨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 의견을 교환했다고 증언했다. A씨가 윤곽수술에 참여한 것은 대리수술 분업화 시스템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변호사는 “고발인인 김선웅 전 법제이사는 미국 뉴저지 판결이 이번 사건의 선례 판결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뉴저지 판결은 민사판결로, 손해배상 책임 여부만 판단했지,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뉴저지 대법원은 1983년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환자의 신체를 칼로 절개하여 손을 집어넣는 행위는 ‘의료’가 아니며, 마땅히 ‘사기, 상해, 살인미수’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결에 대해 변호사는 “해당 판결은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판단했을 뿐이고, 사기나 기망에 대한 손해배상에는 어떤 판단도 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