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팔각정

2018-11-22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만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관현악단의 연주 소리도 없었다. 다만 노인 몇 분이 마침 들기 시작한 양지 녘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소란스러움 대신 여유로움이 공원 안을 지배하고 있었다. 탑골공원에는 가을바람이 불어 왔고 아직 남아 있는 낙엽이 땅에 떨어졌다.

조용히 원각사 탑을 본다. 국보 2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예술성이 뛰어나다. 보호를 위해 유리 벽으로 막아 놓았으나 정교한 조각 솜씨는 세월의 잊고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비둘기 몇 마리가 팔각정 지붕 위에 앉았다. 어디 먼 데서 왔는지 잠시 쉬는 폼이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표정이다.

탑골공원은 서울 최초의 공원이라고 한다. 영국인 브라운이 고종 때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황실 관현악단의 연주가 열렸다고 한다.

그 음악을 듣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자 조정은 일요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공원을 공개했다고 한다.

남산 팔각정의 본보기가 됐을 만큼 건물 외관이 보아서 좋다. 이곳에서 연주를 들었을 그때 그 사람들의 표정은 어땠을까.

기울어 가는 나라의 안위를 걱정했을까. 얼마 후 조선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음악을 듣던 이들은 이곳에 다시 모여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을까. 아니면 한 몸 살기 위해 줄행랑을 쳤을까. 뜻있는 민족대표와 학생들과 함께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을까. 

지붕 위에 앉았던 비둘기들이 충분히 쉬었을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