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체계 개편. 핵심은 ‘자율과 책임’"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심사인력 전문성 확보해야"

2018-11-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최근 정부에서 심사체계와 관련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면서, 의료계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앞으로 개편돼야할 심사체계 방향의 핵심은 ‘자율’과 ‘책임’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싸진)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심사체계 개편 방향성’이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윤석준 교수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관련 시행규칙에 따르면 행위별 수가제하에서 청구되는 심사는 전건 모두 심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한,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라 청구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현행 심사체계는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1년에 15억건이 넘는 천구건수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도 전건 심사는 문 케어 이전에도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전건심사체계에서 논란이 된 이슈로 ▲심사의 일관성 ▲투명성 ▲전문성을 꼽았다.

그는 “심사자 또는 심사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직내부인 중앙과 지원간의 동일한 심사 내용에 대해 다른 심사결과를 보였다”며 “이의신청 제도가 있지만 심사기준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구체적인 답신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상급종합병원 등의 진료 내용에 따른 청구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회신이 돌아온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동안 심사와 관련한 기준은 급여기준과 심사기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모든 진료내용을 기준으로 담아내기 어렵기에, 심사 사례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모여있는 심사 노하우 등이 존재했던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의 심사체계는 어떨까?

윤 교수는 “미국의 경우엔 노인과 장애인을 상대로 메디케어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메디케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미국의 공보험 심사체계는 심사와 관련된 행정책임은 보험자인 CMS(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가 역할을 하되, 구체적인 심사 관련 행정은 광범위하게 외부에 위탁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편적 심사 요건인 청구 오류와 부당 청구뿐만 아니라 적정한 심사가 이뤄지는 기준은 상당부분 질적 적정성과 연계된 지표를 통해 모니터링 되고 있다”며 “연방정부는 의료질관리센터 등의 비영리기구에 의뢰해 심사 관련 기준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심사의 전산청구환경과 관련해 우리나라보다 낙후돼 있지만, 이의신청 등의 행정적 적은데, 이는 전문가 집단에서 작용하는 동료 압박 등의 영향이 보건의료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의도적으로 잘못된 청구를 하는 경우, 동료들로부터 자율적인 제제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대만은 사전심사, 현지심사, 전산심사, 프로파일분석, 전문심사(의사 심사)로 구분되며 총액지불제도 하에서 전문심사를 의학회에 위탁해 동료심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전문심사와 관련해서는 청구자료 표본 추출을 통한 심사영역에서 의사집단을 비롯한 광범위한 동료심사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윤 교수는 “개편 방향의 핵심은 자율과 책임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수조사대신 요양기관 단위 모니터링 지표를 적용해 이상이 있는 경우 의무기록 등을 포함한 집중심사를 해나가는 방식”이라며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인정받은 경우 기본적인 심사 유예를 인정하고 종합병원 및 병·의원에 대해 그린카드제도를 도입, 일정기간 오류가 없는 경우 심사를 유예하는 것이 ‘자율’”이라고 말했다.

모니터링 지표상 의료비 청구 금액이 과다하고, 진료의 질적 적정성도 담보되지 않을 경우 해당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집중 심사하는 방식은 ‘책임’이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윤석준 교수는 “자율적인 영역을 넓혀 나가되 문제가 있는 부분은 현재와 같은 건별 접근이 아닌 환자중심, 기관단위의 집중 심사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인프라를 갖춰야하는데,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심사인력의 전문성 확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단기적으로 심평원 상근심사위원 제도를 투명성을 바탕으로 참여범위를 넓혀가되, 궁극적으로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한 동료심사체제로 가야할 것”이라며 “급여기준과 심사기준을 최대한 공개적이면서 투명하게 관리해 이의 신청이 집중되면 적절히 대응하는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동료심사체계 강화, 급여 및 심사기준 조정 공개 운영, 진료비청구명세서 개편과 같은 인프라 변화와 함께 자율과 책임이 더해진다면 심사체계는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