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사업, 1차의료 역량 강화해야

서울의대 조비룡 교수..."정부 지원 필요"

2018-10-24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조비룡 교수.

최근 정부가 그동안 진행했던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경험을 살려, 좀 더 포괄적인 1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을 시작하려는 시점에 1차의료의 역량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1차의료의 역량강화는 의료인이나 1차 의료기관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고,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책이 뒷받침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의대 가정의하교실 조비룡 교수(사진)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우리나라 1차의료 중심 만성질환관리 방안’이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의료서비스 지출 대비 기대수명이 높은 국가지만, 1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역량을 나타내는 당뇨병,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예방 가능한 질병의 입원율은 매우 높아 좋지 않다”며 “이는 우리나라 1차의료가 급성질환과 감염질환을 조절하기에는 효율적이나, 만성질환 관리 부분은 취약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1차의료가 만성질환관리를 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가관리 역량강화’, ‘지역사회 자원 활용’ 등에 대한 지원이나 대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만성질환 관리에 꼭 필요한 역할에 대한 지원은 없고 검사와 시술 등 몇몇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만 있다면 만성질환을 하고자 하는 1차 의료기관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과거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선진국들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1차의료의 새 관리모델로 만성질환관리모델을 제시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대부분의 만성질환관리모델은 각 국가 보건의료체계 내의 핵심적이고 상호 연관된 ▲보건의료기관의 조직화 ▲자가관리 지원 ▲의사결정 지원 ▲의료전달체계 설계 ▲임상 정보 시스템 구축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 등 6가지 요소들을 최적화하고 향상시킨다”며 “이로써 ‘잘 알고 능동적인 환자’와 ‘준비되고 주도적인 의료진’을 만들어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생산적 상호관계를 강화해 치료결과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에서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만성질환관리모델에 기초하고 있어 방향성은 거의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도 급성질환 및 감염병 대응에 효율적인 1차의료 제도와 환경을 만성질환관리에도 적합하도록 고도화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난 2007년 고혈압, 당뇨병 등록사업을 시작으로,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지역사회 1차의료 시범사업,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 등을 시행했고, 시범사업들의 장·단점, 경험을 통합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만성질환 관리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 교수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만성질환 관리 전략에 있어 주요한 요소로 ▲근거중심, 실행가능한 케어플랜 ▲의사 지원인력 확장 ▲자가관리 교육의 고도화 ▲1차의료 구조 및 환경개선 등을 꼽았다.

그는 “만성질환관리사업으로 진행되는 질환들의 특징은 근거 중심의 가이드라인이 잘 구축됐다는 것”이라며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케어플랜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환자들과 상의해 실행 가능한 맞춤형 계획으로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가 만성질환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 비용이 너무 높아지거나 1차의료가 생존하기 어렵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통합모델에서는 ‘케어 코디네이터’라는 직군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의 역할은 만성질환관리 서비스에 필요하지만 의사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것뿐 아니라, 의사가 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들이 포함된다”며 “초기서비스는 방문시 교육서비스 위주로 시작하겠지만 1차의료의 상황에 맞춰 이들의 역할을 방문 전후 서비스로 확장시켜야 하고 협력하는 전문 직종과 수 또한 늘려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기 위해선 1차 의료의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1차의료는 이에 대한 역량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역량강화는 1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나 1차 의료기관들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고, 초기에는 1차 의료기관들이 이러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고 가이드하는 정책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가치기반 수가시스템과 근거 중심의 결정을 쉽게할 수 있도록 건산시스템을 ‘Meaningful use’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고, 캐나다가 그룹진료와 Care coordinator와 같은 의료지원팀에 대한 비용적 지원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 기반 여러 서비스를 연계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지역사회 1차의료 시범사업’에서 운영했던 지역운영위원회, 1차의료지원단, 1차의료지원센터 등의 지역사회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에서 1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 보건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반활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맞는 보상이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비룡 교수는 “정부는 이제까지 실시했던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들의 경험을 살려 좀 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1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을 시작하려한다”며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1차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들의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변화를 어렵지 않게 하는 여러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