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권력구조에 의한 폭력, 해결방안은?
대전협 안치협 회장..."원내 절차로는 한계" 토로
병원 내 폭력 및 성폭력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특히 사회전반에 걸쳐 미투운동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전공의의 미투운동이 전무한 상황을 되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지난 30일 서울대병원 암병원에서 열린 ‘병원 내 젠터 폭력의 권력구조와 피해자 중심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병원 내 폭력 및 성폭력 처리규정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국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수련환경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 언어폭력(71.2%) ▲신체 폭력(20.3%) ▲성희롱(28.7%) ▲성추행(10.2%) 등을 경험했다고 나타났다.
안 회장은 “폭력 및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가 당연한 인권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런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피·가해자 분리가 되지 않고, 병원을 사직하더라도 계속 같은 위계 내에 놓여있는 등 문제로 피해사실을 폭로하기 어렵다”며 “현재 대부분의 병원은 폐쇄성이 강해 병원 내 폭력을 경험한 피해 진공의가 원내 절차에 따라 환경을 개선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병원 내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피해 정도에 대한 파악 및 접근이 부족하다”며 “실질적으로 원장 및 교육수련부 담당자는 과장급 진료의사가 역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 사태에서 보듯 학회 및 논문 문제를 악용해 전공의를 압박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 수련환경 민원을 담당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분과위원회가 있음에도 전공의는 알지 못하고 사무국의 안내 절차가 부족하다”며 “현재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은 대한병원협회 산하로, 업무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이전 논의에서 수차례 문제제기 된 바 있다”고 꼬집었다.
피해 전공의는 병원 및 전문 과목 학회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극심한 불안감에 정상적인 수련이 어려우며 병원 내 폭력 사건 등으로 전공의 정원 감축이 이뤄진다고 해도 남은 전공의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해 전공의들이 폭행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게 안 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폭행 사실이 적절히 접수될 수 있도록 민원 절차를 개선하고, 법률지원 서비스 제공도 고려돼야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가해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화된 자격 제한 및 사후 관리를 통해 폭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다.
안치현 회장은 ▲이동수련 절차 개선 ▲지도 전문의 자격 제한 및 관리 강화 ▲의료질평가 지원금의 책정에 반영 ▲전공의법 제14조에 따른 수련환경평가의 총점에서 일정 점수 감점 ▲과태료 변경 ▲지정취소 처분 대상을 수련병원이 아닌 전문과목 단위로 변경 ▲일정기간 이내 유사사건 반복 발생 시 지정취소를 강제하는 삼진 아웃제 등을 제언했다.
안 회장은 “이동수련 관련 법령인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3조를 삭제하고 전공의법을 개정해 사유가 명확할 경우 병원장의 요청 절차없이, 전공의 당사자의 요청 또는 복지부 장관의 지시를 통해 이동수련이 가능하도록 개선돼야한다”며 “이동수련 시 폭행 발생병원에서 발생한 정원을 수련환경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수련병원에 부여하는 것을 고려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원책정방침의 지도전문의 자격 요건 개정을 통해 폭력 사건 가해자의 경우 앞으로 10년 지도전문의 자격을 제한해야한다”며 “전공의법 제2조 개정을 통해 지도전문의 자격인정 권한을 병원장이 아닌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 명시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는 “폭행 누적 건수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해 의료질평가 지원금 책정에 반영, 감축해야한다”며 “피해 전공의가 정상적으로 수련을 마치지 못할 경우 환수조치 해야 하며, 이동수련 후 피해 전공의 설문조사 만족도에 따라 인센티브 적용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안치현 회장은 “현재 전공의법 제13조에 따라 지정 및 지정취소 단위가 ‘의료기관’으로만 되어 있어, 신속하고 적절한 처분 수위 결정이 어렵다”며 “전공의법 개정을 통해 지정 및 지정취소를 전문과목 단위에서 가능하도록 해야하고, 전문 과목 단위로 전공의수 산정에서 앞으로 10년간 배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