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알려줄 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2018-08-13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다행히 해는 지고 없었다. 해가 사라진 하늘은 데워진 열기를 퍼트리기 위해 어둠속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구름들도 바람을 이용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하늘을 부채질 했다. 이인은 오랜만에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맸다. 이이 저리 발목을 돌리면서 뛸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앞섰다. 발목을 다 풀고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정말로 뛰어야 할 지, 그냥 걷기만 할 지 망설였다. 그런데 세게 지나가는 자전거 뒤로 마른 체형의 노인이 뛰어가고 있었다. 

노인도 뛰는데 나라고 그렇게 못할까, 이런 다짐보다는 노인의 건강 걱정이 앞섰다. 쓰러지면 이 더위에 일어나기 힘들겠다는 괜한 걱정을 했다. 노인은 생각보다 강했다. 

머리는 벗겨지고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체력은 젊은이 못지않았다. 한 참을 생각한 후 한 참을 달려 넓은 공간의 운동 기구 앞에 도착했다. 헉헉거리며 숨고르기 하고 있을 때 평행봉 위를 원숭이 나무 타듯이 날아다니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양 손을 팔 꿈치 있는데 까지 대에 붙이고 앞뒤고 흔들다가 탄력을 이용해 차고 올라가야 하는 평행봉은 고등학교 이후로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그 것은 턱걸이나 팔 굽혀 펴기와는 달랐다. 

힘과 세기와 균형감이 동반돼야 가능한 것이었다. 노인은 한 참을 그렇게 앞뒤로 날아다니더니 가볍게 봉 위에 걸터앉아 잠시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 뭇 별들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 하늘을 보기 위해서 노인이 고개를 뒤로 젖힌 것은 아니었다. 흐르는 땀을 닦기 위해 잠시 쉬기 위한 포즈였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땀이 마르자 노인은 마치기 운동을 하려는 듯이 몇 번 휘젓기를 더 하더니 잽싸게 내렸다.

가뿐하다는 표현은 이런데 써야한다. 착지 동작이 기가 막혔다. 노인은  다시 먼 길을 떠나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땅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걸었으나 이내 빠른 걸음으로 다시 뜀박질이 시작된 것이다. '노인은 노인이 아니다.' 나는 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별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별들의 행진은 별들의 발견 이전에 벌써 있었다. 별 들도 더울까. 별들도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까. 이 것을 알려면 별 들에게 물어보는 수 밖 에 없었다. 

이인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놓쳤던 절대자에 대한 관심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그를 만날 때도 됐다. 그는 만나면 알아야 하나 알 지 못했던 어떤 사실들을 알려 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