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들을 병원 밖으로”

“입원 중심 치료관리서 탈피” …지역사회 돌봄 체계로

2018-08-10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정신질환자를 ‘나쁜 사람’, ‘두려운 존재’로 낙인찍어버리는 우리사회의 그릇된 인식 때문에 불필요한 입원치료가 만연돼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입원’ 중심의 치료관리체계가 빚어내는 폐해를 예방·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1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윤일규 의원의 공동주최로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왼쪽부터)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이사, 서울시립대 임준 교수.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정신보건이사는 정신건강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입원’ 중심의 현행 정신건강서비스 공급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백 이사는 우리나라 정신질환자의 평균 재원기간(108일)이 프랑스(5.9일), 이탈리아(11.8일), 독일(24.2일) 등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백 이사는 정신장애 범죄자가 일으킨 범죄 수는 총 범죄수의 0.30%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소개하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탈수용화’의 당위성을 주장했다.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수용’ 위주의 입원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는 이야긴데, 백 이사는 그 원인을 ‘정신질환자는 위험하기 때문에 격리 치료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입원서비스 중심에서 커뮤니티케어로 전환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퇴원 후 사례관리 제도화, 낮병원 및 중간집 활성화, 건강보험으로 재활프로그램 보장, 정신건강 응급서비스 체계 구축, 외래치료명령제 활성화, 복지서비스 중 정신장애인 서비스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게 백 이사의 의견이다.

이어 발제에 나선 서울시립대 임준 교수(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역시 정신질환자들을 더 이상 병원에 입원시켜 돌보려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속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는 무분별한 경쟁, 부적절한 병상 공급 증가, 사회적 배제와 통제, 다면적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양 중심의 질 낮은 서비스 제공 등과 같은 부작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 교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정신의료기관 병상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사회적 입원’이 늘고 있는 점도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를 개선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OECD Health Statistics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정신병상수는 1.25병상으로 일본(2.63병상), 독일(1.28병상)과 함께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이는 스페인(0.36병상), 캐나다(0.35병상)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일본의 경우 병상수가 많기는 하지만 줄어들고 있다”면서 “우리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보건복지부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장.

그러면서도 임 교수는 “병상 수만 줄인다고 될 일이 아니라 (정신질환자들이) 돌아갈 곳이 필요하다”면서, 커뮤니티 케어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보건복지부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탈원화(脫院化)가 어렵다”며 “(퇴원 이후를 대비한) 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이제 시작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보건·복지를 연계하면서 돌봄을 할 수 있도록 계속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자조활동 프로그램을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나, 병원과 지역사회가 단절되지 않고 환자가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