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축제 성공위하여

2005-09-26     의약뉴스
몇 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품일촌(一品一村)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각 지방마다 특산품을 생산하여 지방자치 재정에 도움을 주려는 운동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역마다 특산물을 홍보하기 위하여 진, 선, 미 아가씨를 선발하는 등 나름대로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소래 포구 축제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나 싶다.

그러나 10월 중순경에 치러질 자랑스런 축제를 앞두고 소래 포구 상인들은 의기소침해 있다. 남동구의 일품일촌이라고 할 수 있는 소래 포구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엄청난 예산의 부족이다. 소래 포구 축제를 위해선 1억1천8백여 만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남동구청에서 지원하는 5천5백만 원과 인천시의 1천만 원을 제외한 5천여 만원을 16명으로 구성된 소래 포구 축제 추진위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떠맡아야할 상황이다.

두 번째는 소래 포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래 철교의 철거 문제이다. 얼마 전, 철도청은 소래 철교를 철거하고 수인선 복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소래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을 걸고 ‘소래 철교 철거 백지화’ 운동을 전개해 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백지화가 결정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철도청은 아직 확고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결국 소래 포구 지역 주민들에겐 소래 포구 축제를 준비하는 문제 보다 소래 철교를 보존하여 생존권을 사수하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가 된 것이다.

소래 포구의 상징인 소래 철교는 인천 시민의 이름으로 보존시켜야 한다. 장난감 같은 증기 기관차가 숨가쁘게 달리던 협궤 철교엔 기성세대의 동심과 슬픔이 살아 숨쉬고 있다.

어린 시절, 망둥이 낚시를 한다며 한나절 뙤약볕 길을 걸어 찾아간 소래 포구. 하지만 멋모르고 소래 철교에 발걸음을 내딛던 아이들은 ‘엄마’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수십 길 철교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시커먼 갯벌이 마치 동화에서 읽은 지옥의 문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육이오 전쟁 당시, 이 철교 위를 걷던 피난민들 중 현기증을 일으키거나 발을 헛딛어 다리 밑으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자주 들으며 자라왔기에 두려움은 더욱 컸었다.

지금은 다리 밑 갯벌이 보이지 않도록 침목(枕木) 사이를 막고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안전장치를 하여 어릴 적 추억처럼 수십 길 낭떠러지의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50여 년 전에 희생된 원혼들을 달래주는 위령탑을 소래 철교의 한 모퉁이에 세웠으면 하는 바램은 변치 않고 있다.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소래 포구 젓갈 시장은 전국 주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인천의 명예를 드높여 준다.

더욱이 소래 포구 주변에 위치한 소래 염전엔 소금 생산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현장 학습 교실이 있고 남동구에서 추진해 오고 있는 해양생태계 공원은 우리나라 갯벌 공원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인천시에 있어서 소래 포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소래 포구 축제는 남동구와 인천시를 상징하는 행사이기에 엄청난 비용을 소래 포구 상인들에게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

소래 철교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시흥시 월곶 단지는 관광 기반 시설을 갖추고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월곶 포구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전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소래 포구 축제의 성공을 위해 남동구와 인천시는 시공사의 부도로 중지된 소래 포구 도로 확장공사를 속히 마감하는 등 관광단지로써 부족함이 없는 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