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내분·평의원 이탈'로 엉망된 대개협

의결사항 모두 서면결의로 넘어가...파행 얼룩

2018-06-2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23일 정기평의원회를 개최했다.

두 산부인과의사회의 집안싸움으로 대개협 평의원회가 엉망이 됐다.

여기에 회장 선거 이후 평의원들이 대거 자리를 이탈해 감사보고서를 포함한 이날 평의원회에서 의결해야할 사안들이 죄다 서면결의로 넘어가버리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노만희)는 지난 23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제31차 평의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평의원회는 차기 대개협 회장과 감사를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가 있었던 만큼 평소보다 많은 평의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평의원회는 회장 선거보단 차기 대개협 회장 후보로 출마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에 대한 자격 시비의 원인인 두 산부인과의사회 간 다툼이 메인 이슈로 급부상했다.

특히 산부인과의사회만이 대개협 산하 단체라는 감사보고서가 나오자,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개협 김세헌 감사는 평의원회에서 ‘2017년도 회기 감사보고’를 진행하면서 “김동석, 이동욱 회원 등은 이충훈 회장 등이 선출된 지난해 9월 임시대의원총회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며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충훈 회장을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한 것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김 감사는 “별도의 판결이 없는 한 대개협 산하 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이충훈 회장으로, 그동안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대표로 대개협 상임이사회에 참석했던 김동석 부회장은 상임이사회에 참석할 권한이 없다”며 “대개협 평의원회를 구성하는 산부인과의사회의 평의원 3명에 대한 선출권한 역시 이충훈 집행부에 있음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가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이나 명칭사용에 관한 소소 등으로 판단할 때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대개협 산하 단체가 아닌 동일명칭을 사용하는 별도의 임의단체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세헌 감사의 보고가 끝나자마자 이동욱 평의원은 “감사보고서가 산부인과의사회를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있다. 감사보고서는 평의원회에 보고를 하고 승인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작성돼야 하는데 이 감사보고서는 평의원회에 보고도 하기 전에 법원에 제출됐다”면서 감사보고서의 사전 유출을 지적했다.

이 평의원은 “산부인과의사회가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를 상대로 제기한 3개의 소송과 관련해 22일 법원이 모두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의 손을 들어줬다”며 “명칭사용과 관련한 소송에서는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가 대개협 산하단체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고 전했다.

이 평의원은 “의협도 두 단체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객관성을 가져야 하는 감사라는 사람이 특정 단체의 입장만을 주장한 것은 옳지 않다”면서 “해당 감사보고서는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보고서가 법원에 제출된 것에 대해선 김세헌 감사는 평의원회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감사보고서가 대개협 평의원들에게 보내진 게 20~21일 경이고, 법원에 제출된 시점은 21일이나 22일로 알고 있다”며 “감사보고서를 받은 산부인과의사회쪽 평의원이 법원에 제출한 건데 사전에 유출됐다는 말이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두 산의회의 대립으로 상황이 격해지자, 결국 대개협 노만희 회장이 나서서 사태를 진정시켰다. 노 회장은 “대개협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겠다. 가능한 한 이 문제를 대개협 안으로는 끌어들이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결국, 감사보고서는 산부인과의사회 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 채택여부를 서면결의로 정하기로 했다.

◆회장 선거 이후, 사라진 평의원들

▲ 이번 평의원회에선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가 진행됐다.

이례적으로 4명의 후보가 출마한 차기 대개협 회장 선거는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차기 회장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수의 평의원들이 자리를 이탈해 다른 안건들은 다룰 수 없었다.

대개협 회칙 제19조(의결)에 따르면, 회의는 재적 평의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성립하고 출석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대개협 평의원회는 각과 개원의협의회에서 41명, 의사협회 산하 시도의사회에서 35명 등 76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평의원회는 차기 회장과 감사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75명의 평의원이 참석했고, 회장선거에는 74명이 참여했다.

회장 선거가 김동석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 된 직후, 정족수를 확인해 보니 과반수인 39명에 2명이 부족한 37명만이 남아있었다.

결국, 평의원회는 이날 처리하지 못한 의결사항들을 서면결의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이날 처리하지 못해 서면결의로 넘어간 의결사항들은 대개협 선거관리위원회 규정 제정안에 대한 세부 내용, 의협 파견 대의원 인준, 결산보고,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의, 산부인과의사회 부분을 제외한 감사보고서 채택 등이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회장 선거가 중요한 일이긴 했지만 이날 평의원회에서 의결했어야 할 사안들도 중요한 게 많았다”며 “선거가 끝났다고 자리를 뜨는 것보단 남아서 회원 민생에 직결되는 사안들을 심의, 의결하는 성숙한 평의원들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선거 직후, 많은 평의원들이 자리를 뜬 것은 어찌보면 김동석 당선자에 대한 민심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며 “김동석 차기 회장이 앞으로 대개협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이번 평의원회의 모습을 기억하고 통합과 화합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