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비상총회·선불제 투쟁, 혼돈의 의협

정족수·의결기준 논의 無…政 “청구대행, 용어부터 틀려”

2018-06-06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정성균 대변인.

2019년도 유형별 수가협상 결렬 이후, 의협이 온라인 비상총회·선불제 투쟁 등 대정부 투쟁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게 추후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비상총회는 정족수 등 의결기준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청구대행 중단을 의미하는 선불제 투쟁은 정부에서 “용어부터 틀렸다”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기획이사겸대변인은 지난 5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온라인 비상총회와 청구대행 중단을 의미하는 선불제 투쟁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정성균 대변인은 온라인 전국의사비상총회에 대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걸로 준비하고 있으며, 각 시도의사회와 화상으로 연결, 현 집행부에서 토론을 하면서 전국의사 대표자들과 의견을 공유할 것”이라며 “유튜브 방송으로 생중계하면서 회원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방송시스템 준비 관계로 이달 셋째주나 넷째주 정도에 비상총회를 개최할 계획으로 준비 중”이라며 “총회에서 논의될 내용은 지난 성명서에서 발표했던 것과 같이 투쟁에 관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사로서 양심적인 진료가 아닌 재정의 이유로 보건복지부 고시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침에 의해 진료현장의 진료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환자 및 국민들에게 소위말하는 ‘심평의학’에 의한 잘못된 진료를 알리기 위한 선불제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온라인 비상총회에선 선불제 투쟁(청구대행 중단)에 대한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토론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될 수 있으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견을 제시하겠지만 정부, 정치권 등이 의료계와 의견소통하지 않고 공권력을 이용할 경우, 파업이라는 실력행사까지 갈 수 있다”며 “회원 정서는 정상적인 방법과 대화로 해결되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파업을 통해서라도 현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비상총회, 가능할까?
그러나 이 같은 의협의 투쟁 방법, ‘비상총회’와 ‘선불제 투쟁’ 모두 추후 논란의 여지를 남겨뒀다.

비상총회의 경우엔 의협 정관에 존재하지 않은 영역이라는 것. 대토론회, 대표자회의와 같은 의견 수렴을 위한 창구라면 모를까, 어떤 사안이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대의원총회와 같은 ‘총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성균 대변인은 “비상총회의 의결 정족수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으며, 회의 자체에서 결정해야할 것”이라며 “회의를 진행하다가 어떤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면 바로 채택될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회원투표로 결정해야겠다고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집행부도 이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장 상황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며 “처음에 진행하면서 의견조율이 조금 있을 것. 토론 내용을 조절해서, 몇 가지 정도만 결정할 수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토론회가 성공하면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두 번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회의 진행 중 만약에 회원투표의 필요성이 생긴다 싶으면 다시 계획을 잡아서 회원투표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협 대의원회 관계자는 “온라인 회원총회는 총회의 개념이 아닌 대토론회 개념으로 봐야할 것 같다”며 “회원투표와 같은 경우는 이번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에 안건을 의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불제 투쟁, 가능할까?
청구대행 중단을 의미하는 의협의 선불제 투쟁에 대해 정성균 대변인은 “선불제투쟁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해야할 부분이 있다”며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하고 동참해줄 것인지, 진료실에서도 많은 충돌이 있을 거 같다.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을 충분히 하고 국민들에게 불편함과 어려움 없이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불제 투쟁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의협이 현재 추진하려는 선불제 투쟁은 환자가 직접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인데, 요양급여비용의 청구와 지급 등을 규정한 건강보험법 제47조 제1항을 살펴보면 ‘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로 되어있다는 것.

요양급여비용 청구 주체가 ‘요양기관’으로 되어있는 만큼, 청구 주체가 아닌 환자가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면 건보법 위반의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요양급여비용 청구와 관련된 건보법을 살펴보면 ‘요양기관은’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요양급여비용 청구의 주체가 요양기관이라는 의미”라며 “요양기관 뿐만 아니라 환자도 청구가 가능했다면 ‘요양기관 등이나 요양기관 또는 환자’ 등으로 되어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로 선불제 투쟁은 건보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에서 말하는 청구대행 투쟁은 당연히 안 된다”며 “환자도 청구 가능한 걸 의료기관이 대신해줘야 청구대행이다. 현행법에는 의료기관만 청구가 가능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청구대행이란 용어부터 틀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에서 말하는 청구대행은 요양기관이 너무 영세해서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경우 등에 한해 의협과 같은 의료인단체에서 대신해서 청구하는 걸 의미한다”며 “환자는 요양기관에 비용을 지불할 때부터 할인된 금액을 내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스템 하에선 청구권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의협에서 선불제 투쟁을 강행할 경우, 어떤 경우의 수를 써도 전부 불법”이라며 “우리나라 법령에선 환자 본인부담금, 비급여 금액 외의 추가금액은 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는데, 추가로 환자에게 돈을 받게 되면 처벌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본인부담금만 받고 건보공단에 청구하라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조건부 채권 양도가 되는데, 이를 건보공단에선 이를 내줄 수 없다”며 “의료기관은 처벌을 피하겠지만 공수표를 날리는 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