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수가협상, 관전 포인트 세 가지
17~18일 실무단 첫 만남...‘文케어·적정수가’ 단연 화두
병·의원이나 약국 등이 건강보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 대가로 이들 요양기관에게 요양급여비용(수가, 酬價)을 지불한다. 건보공단과 의약단체는 해마다 협상을 통해 다음연도 수가를 결정하는데, 올해는 지난 11일(금) 열린 ‘이사장·의약단체장 간담회’를 신호탄으로 협상 일정이 시작됐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공단과 의약단체 협상단은 오는 17일(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조산협회)과 18일(대한의사협회)에 상견례를 가진 후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라인업 대거 교체
운동경기결과를 예측함에 있어서 ‘감독’과 ‘출전선수 명단’은 중요한 데이터다.
지난 11일 서울가든호텔에서는 ‘2019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이사장·의약단체장 간담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7명의 장(長) 중 4명의 얼굴은 지난해와 달랐다. 기관장 및 단체장이 바뀐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다.
협상장에 들어가는 협상단의 면면도 일 년 만에 대거 교체됐다.
6개 의약단체를 상대해야 하는 건보공단의 경우 처음으로 공급자단체(대한의사협회) 출신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가 협상단장을 맡았다. 또한, 강 이사와 함께 협상에 나서는 공단측 인사(현재룡 본부장, 고영 실장, 윤형종 부장)도 모두 지난해완 다르다.
공급자단체의 면모를 살펴보면, 의협은 협상단 규모를 절반(4명→2명)으로 줄이고, 방상혁 상근부회장, 연준흠 보험이사 등 새로운 인물들로 협상단을 구성했다. 한의협 역시 협상단 4명(김경호 보험부회장, 이진호 약무부회장, 손정원 보험이사, 이은경 기획이사) 모두를 새로운 얼굴로 꾸렸다.
병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용주 상근부회장과 서진수 보험위원장에게 협상 임무를 맡기면서 민응기 보험부회장, 김상일 보험부위원장을 새로 합류시켰다. 조산협도 기존 협상단(이옥기 회장, 장영숙 부회장)에 한명선 보험이사를 투입해 총 3명이 협상에 나선다.
한편, 치협과 약사회는 지난해와 똑같은 수가협상단을 구성했다. 치협에서는 마경화 부회장, 김수진 보험이사, 최대영 서울지부 부회장, 김영훈 경기지부 부회장이 올해에도 수가협상 선수로 나선다. 약사회에서는 박인춘 부회장, 이모세·이용화·조양연 보험위원장이 한 번 더 호흡을 맞춘다.
◇팀별 전략은
그동안 공급자단체들은 수가협상을 벌일 때마다 ‘적정 수가 보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올해 협상에서 이 카드는 공급자단체들에게 여느 때보다 든든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직접 적정 수가 보장을 약속한데다, 건보공단 이사장도 적정 수가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맞이하는 수가협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지난 11일 의약단체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비급여 급여화의 목적은) 건강보험 진료비만으로도 병·의원 운영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도 있다”면서 “‘적정수가’ 보전을 위해 2022년까지 수가를 단계적으로 조정할 것인데 이번 협상은 첫 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의협의 경우 ‘문재인 케어’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수가협상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가 협상단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 일단 참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대방과 의견차이가 클 경우 언제든지 협상장에서 철회할 수 있다는 ‘배짱’을 내세우고 있다.
한의협은 ‘소외당한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지난 간담회에서 “원래 한의학은 통증치료가 아니라 속병을 치료하는 학문임에도 (한의분야) 급여청구의 90%가 ‘근골격계 치료’인 것은 제도적 보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또, 한의 수가인상률이 ‘2년 연속 꼴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약국수가는 새로운 약사행위를 창출할 수도 없는데다 정부의 보장성 확대 정책에서도 소외돼 있다는 게 기본입장이다. 이에 따라 협상에서는 약국수가는 오로지 수가계약 인상율과 처방전수 증가(자연증가분)에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수가계약 시 이에 대한 고려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파악됐다.
◇상금은 얼마
대회에 출전한 모든 팀들에게 최종순위에 따른 일정비율의 상금·수당이 지급된다면, 같은 순위를 차지하더라도 총 상금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돈을 가져갈 수 있다.
요양급여비용 계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6개 의약단체들은 앞에 놓인 파이(Pie)를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각자 치열한 협상을 벌이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나눠먹을 파이(다음연도 추가재정)의 크기다.
지난 2013년 이후 추가재정 규모는 2013년 6386억 원, 2014년 6898억 원, 2015년 6685억 원, 2016년 6503억 원 등으로 4년간 6000억 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2017년도 추가재정 규모는 전년(6503억 원) 대비 약 25% 증가한 8134억 원으로 크게 뛰었는데, 2018년도 몫으로는 이보다 많은 8234억 원이 책정됐다.
특히 올해 수가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적정 수가 보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터라 공급자단체들에게 주어질 파이의 크기에 관심이 쏠린다.